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찰과 경찰의 갈등 만이 표면위로 많이 드러난 것 같다. 검찰은 경찰수사가 법리에 기초하지 않은 부실한 수사가 많다고 비난하고 경찰은 검찰이 합리적인 영장신청도 거부하는 독선적인 조직이라고 비난하는 모습 등 두 기관의 다툼이 언론에 수시로 보도되었다. 검찰은 수사권을 지켜야 했고, 경찰은 수사권을 가져와야 했기에 두 기관의 갈등, 다툼, 논쟁은 필연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관계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현실적으로 검찰은 경찰 없이는 수사를 할 수 없다. 실무 일을 하는 검사의 수는 1000여 명 정도로 많지 않다. 검사들이 고소인, 피의자, 참고인을 모두 불러서 조서를 작성하며 수사를 진행할 수는 없다. 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는 민원인들은 사법시험 또는 변호사시험을 통과한 법률전문가가 A부터 Z까지 수사를 진행해서 자신들의 억울함을 밝혀주기를 바라지만 검찰청에 접수되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검사들이 직접 수사를 진행할 수 없는 환경으로 인해 경찰로 보내진다. 상대적으로 그 수가 많은 경찰은 검찰로부터 사건을 받아 고소인을 불러 조사하는 등 기록을 만들어서 결론을 낸 후 검찰에 보낸다. 검사는 경찰이 만든 기록을 검토한 후 보완할 점이 있으면 보완수사 지휘(요구)를 하고, 그 내용이 합리적이라고 판단이 들면 경찰은 보완수사를 한 후 검사에게 사건을 보내게 된다.
사건을 실질적으로 진행한 경찰은 사건에 몰입해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데 소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록을 만다는데 관여하지 않은 검사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수사관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검사들은 경찰이 민원인들을 불러 기록을 만들어주는데 고마워하고 있고, 경찰도 사건을 검토해서 더 완전한 결론을 내는데 도움을 주는 검사들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안 그런 사람들도 일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검찰과 경찰수사관은 서로 공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찰 입장에서는 당연히 청구해줘야 하는 영장을 청구해주지 않는 검사도 있을 수 있고, 불필요한 지휘(요구)를 하는 검사도 있을 수 있고, 검찰 입장에서는 당연히 체크해줬어야 하는 사항을 체크하지 않고 기록을 넘긴 경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두 기관 간의 관계에서 일부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기관의 지휘부와는 다르게 실제 일을 처리하는 실무자들 중에서는 서로를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