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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재 Mar 06. 2021

경찰서 사이버팀 = 중고나라 처리 전담반

  현재 경찰서 내에 위치한 사이버팀의 가장 큰 문제는 사이버팀이 중고나라 사기 사건 전담반으로 전락한 현실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늘어나는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이버팀의 역할이 매우 강화되어야 하고 일선 경찰서 사이버팀이 전장의 최전선에서 그 역할을 다해줘야 하지만 밀려 들어오는 중고나라 사기 사건 때문에 다른 일들을 처리하기가 힘들다. 


  중고나라 사기 사건의 유형은 간단한다. 판매자가 상품을 팔 것처럼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구매자와 연락을 주고 받고, 구매자로부터 돈을 받았음에도 물건을 구매자에게 배송하지 않는 유형이다. 키보드, 풀스 게임기, 아동 전집 등 물건은 매우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의 연령대도 그 범위가 매우 넓다. 중학생부터 할머니까지 아주 다양했다.

 

  중고나라에서 거래를 한 번도 해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왜 물건을 받아보지도 않고, 물건을 제대로 확인해보지도 않고 대금을 지급하는지 매우 궁금했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거래를 하고 있다. 1년에 사이버팀이 100건의 사건을 처리한다고 가정한다면 아마 97건은 중고나라 사기 사건일 것이다. 심지어 중고나라의 이런 폐단을 막고자 직거래 위주의 당근마켓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생겼고, 피해자들은 당근마켓은 직거래를 위한 앱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비접촉 거래를 유도한 사기꾼에게 속아 돈을 뺏기고 있는 현실이다. 내가 피해자들에게 "아니 당근마켓은 만나서 거래하라고 이용하는 앱인데 왜 물건을 보지도 않고 돈을 보내 주었나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그러게요. 무언가에 홀렸었나봐요."라고 대답했다. 


  사건이 많다고 하더라도 그 사건이 해결이 되면, 아무리 시간이 오래걸리더라도, 수사관 입장에서는 뿌듯한 감정을 갖게 된다. 하지만 중고나라 사기 사건은 압수수색 영장을 최소 3번 이상은 받아야 하는 매우 고단한 사건 유형임에도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사건을 완전히 종결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사기꾼들이 자기 명의 통장을 사용해서 사기를 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본인 명의 휴대폰으로 연락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면 그들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영장을 신청하고 그 영장이 다시 경찰서에 오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고, 영장을 금융기관에 보내서 정보를 받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피의자와 약속을 잡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이런 과정을 여러 번 다시 겪어야 하는 데 이런 종류의 사건이 하루에 4~5개는 꾸준히 들어오는 현실에서 사이버팀이 고도의 사이버 범죄를 능률적으로 처리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중고나라 사기 사건을 처리하라고 사이버팀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인데 매우 안타깝다. 


  그렇다고 사회를 좀먹는 이런 중고나라 사기꾼들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경찰청이든 검찰청이든 청 단위에서 주도하여 중고나라 사기 사건 전담팀을 만들어 그 팀이 한 꺼번에 영장을 신청하고 추적을 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어렵고 복잡한 범죄만 특별수사팀을 구성해서 처리할 것이 아니라 손이 많이 가지만 기계적으로 처리하면 되는 사건들도 전국에서 사건을 받아  모아서 처리한다면 효율적으로 일처리를 할 수 있을 것이고, 경찰서 사이버팀이 본연의 임무를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을 다시 돌려 받을 수 있나요?"라는 피해자들의 물음에 나는 경찰이 최대한 추적은 해보겠지만 그냥 그 돈은 잃어버린 돈이다라고 생각하시고 생활하시고, 중고나라 거래는 웬만하면 하지 마시고, 하셔야만 한다면 더치트(thecheat.co.kr) 사이트를 이용해서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라는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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