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행시합격자 2, 의사 1, 변호사 6, 회계사 3명과 함께 감사원에 입사했다. 그때는 다들 감사원에서 오래 근무할 줄 알았었는데 지금 감사원에 남아서 근무하고 있는 동기는 행시합격자 둘과 회계사 한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입사하고 1년도 한 되어 감사원을 떠나기 시작했다. 전문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해서 특혜가 주어질 필요는 없지만 자격증을 위해 공부한 그 시간과 노력이 무시당하고 전혀 상관없는 보직을 받고 공무원 조직의 위계질서를 강요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조직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행시합격자 두 명은 올해 서기관 승진을 앞두고 있다. 감사원에서 5급 사무관은 감사 주관자로서 자신이 한 감사 뿐만 아니라 팀원들이 진행한 감사도 모두 챙겨야 하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팀원이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충분히 이해한 후 하나의 서류로 만들어야 하고, 감사가 종료된 후에는 해당 감사를 지휘부에 보고하고 결재를 받아야 하기에 그 노고가 상당하다. 두 동기는 이 모든 과정을 훌륭히 마치고 이제 승진을 목전에 두고 있다.
변호사 출신들은 로펌 소속변호사, 개업 변호사, 사내변으로서 역할을 맡고 있다. 나도 입사했을 때 IT의 I자도 모르는데 IT 감사단에 배치받아 데이터를 다루는 시스템을 감사하면서 vlookup을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다. 한 동기는 시설감사단(?)에 배치받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도면에 맞게 다리가 건설되었는지를 살펴봤었다. 나를 포함한 6명 중에 한 명만 승진을 했고, 그 한 명도 승진한 후에 퇴사하여 사내변호사가 되어있다.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조직 구성원의 일원이 되었으니 가리지 않고 보직을 주는 점은 이해할 수 있으나 아무런 고려 없이 냅다 이 일을 해야지라고 하는 태도 또한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이런 현실을 마주했음에도 큰 변화가 없는 것 또한 공무원 인사의 현실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회계사 출신 두 명은 회계법인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한 명은 감사원에 남아 승진했다. 회계사 또한 숫자를 감사하는 부서에 보내서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았을 텐데 역시 전혀 관계없는 부서에 배치받아 일하면서 회의를 느끼고 감사원을 떠났다. 의사 출신 동기 한 명도 감사원을 떠나 의료정책을 담당하는 새로운 곳에서 일하고 있다.
감사원에서 근무한지도 꽤 지났기 때문에 동기들을 많이,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감사교육원에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성장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눈 기억을 돌이켜보면 행시합격자들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이 조직을 떠난 현실이 아쉽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