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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Apr 26. 2016

여행에서의 참眞 배움, '사람'

청춘여행소, 아홉 번째 이야기


현상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사람의 영화 같은 여행 이야기 속엔 참 많은 등장인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국적도, 성별도, 나이도, 성격도 제 각각인 그 등장인물들이 주인공과 함께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는 잊지 못할 여행의 추억을 선물해주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몇 번이고 구전되어 전해지기도 한다. 보고 먹는 것에 관한 기억은 휘발성이 강하지만 내가 직접 겪은, 특히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은 신기하게도 참 오래간다. 흐릿하게 기억되던 하나하나의 조각들은 오랜 세월에 온전하진 않지만 추억하기엔 충분하다. 재미있고, 때로는 소름 돋을 정도로 신기하고,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해 특별하고, 또 가슴 찌릿한 여운과 우리의 삶의 최고의 지혜를 가져다주는 이야기.


본질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우리는 사람이 아닌 건물이나 음식에 집중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우리의 경험이 늘 얘기해주듯이 이러한 여행에선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또 그만큼 쉽게 잊혀지기도 한다.  

그 이유는 어쩌면 단순하고도 명확하다. 건물, 음식 등 표면으로 드러나있는 것들의 경험은 그곳 사람들로부터 만들어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대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여행에서 초점을 ‘사람’에게 맞출 수 있다면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그 이상으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내게 여행에 대해 충고할 때 존슨 박사는 도시, 궁전, 그림, 쇼, 목가적인 장면에 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에섹스 경과 같은 의견이었다. 에섹스는 그의 친척인 러틀랜드의 로저 얼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했다. "멋진 도시를 보려고 8킬로미터를 가느니, 한 사람의 현인과 이야기하기 위해 160킬로미터를 가는 편이 낫다." <존슨의 생애> 중에서

관점

 어느덧 여행을 가서 시간을 가장 많이 쏟는 일이 다름 아닌 ‘사람 구경’이 되다 보니 자연스레 그 나라 문화를 사람으로부터 배우게 된다. 음식을 먹으면서도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고, 숙소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경험한 것들을 공유하고 새로운 것들을 또다시 배운다. 그 당시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인생에서 가장 귀한 경험인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나가기 시작한다. 사람을 바라보며 우리의 오해와 편견이 깨지는 순간, 그 나라를 온전히 이해하게 되면서 낯선 여행이 또 하나의 삶의 배움으로 넘어가는 그 순간은 그동안 내가 알지 못하고,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되면서 알에서 깨어지도록 만든다.


아이디어

#1 

이탈리아 피렌체 베끼오 다리 앞 커플

 커플이 아닌 친구들끼리 혹은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참 난감할 때가 있다. 꼭 멋진 관광명소들 앞에서 외국 커플들이 어찌나 진한 스킨십을 하고 있는지. 그들은 멜로 영화의 주인공이요. 나는 배경화면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아니 저렇게 좋은가.. 전세를 냈네 아주. 사진 좀 찍게 비켜주지 정말!’ 하며 (부러움과 질투를 가득 담아) 속으로 한마디 던지곤 했다. 얼마 후 우연히 읽게 된 책에서 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진정코 낭만적인 인간에게는 배경이야말로 전부이거나 거의 전부인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정여울 작가는 '낭만을 아는 사람들은 공간의 아름다움을 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결국 난 그저 그 아름다움을 최대로 활용할 줄 몰랐던, 그만큼의 용기가 부족했던 사람이었을 뿐일지 모른다. 


 가장 멋진 장소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있는 그 순간에 가장 달콤한 키스라. 진정한 낭만을 누릴 줄 아는 행복을 알게 해 준 그들이 고마워지는 순간이었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도 떠오르고 멋진 장소에 서있을 때도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우리는 참 행복한 삶일지 모른다.


#2 

 주로 혼자 음식을 먹을 때면 오물오물 입으로는 음식을 씹으며 주위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살피게 된다. 대부분의 외국 사람들은 식사를 하면서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에 대해 토론하고 음식의 맛을 언어와 표정, 몸짓으로 말한다. 그들은 음식을 먹느라 입이 바쁜 만큼 많은 대화를 하고, 포크와 나이프를 쓰느라 손이 바쁜 만큼 감정 표현을 하기 위해 혹은 무언가를 가리키기 위한 제스처를 취하느라 바쁘다. 이러한 그들의 모습은 단순히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식 자체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자신이 먹는 것에 관심을 갖고 단순히 맛있고 맛없다는 흑백논리로 음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재료부터 조리법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할 줄 아는 힘. 난 그들의 모습을 통해 음식과 요리에 대한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미소로부터 전해져 오는 삶의 여유, 자신의 일에 대한 소명, 타인에 대한 배려, 그리고 로맨틱한 사랑 등 이 모든 것에 대한 배움은 결국 ‘사람’으로부터였다. 나라는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또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수많은 인생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나와는 다른 삶을 그려나가는 그들을 통해 내가 잊고 있었던 삶의 지혜를 하나, 둘 얻어갈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 말로 여행이 주는 최고의 배움이 아닐까? 여행지에서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삶을 배우듯 나의 모습 또한 누군가가 배울 수 있는 또 하나의 삶의 단면으로 비춰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괜스레 한쪽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도 어쩌면 내가 이미 사람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지극히 개인적인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나누고픈 여행 이야기나 성장여행을 위한 아이디어, 조언이 있으시다면

청춘여행소 dreamingtraveler2016@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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