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A Apr 15. 2016

여행에도 공부가 필요했던가?

청춘여행소, 여덟 번째 이야기

현상

 중간고사 시즌이다. 

벚꽃의 꽃말이 ‘중간고사’라는 말을 듣고 나니 더욱더 도서관을 박차고 나와 벚꽃이 만개한 기나긴 꽃 길을 걷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다. 

'여행에도 공부가 필요했던가?' 

몇 번의 시도는 분명 있었다. 유럽을 가는데 각 나라의 위치도 지도에서 찾지 못하는 무지를 보여선 안되니까. 시작은 이렇게 미약했으나... ‘상식으로 이 정도는 알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들이 점점 늘어갔다. 

‘아는 게 힘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들에 채찍질당하는 마음으로 도서관에서는 유럽 역사와 관련된 책들도 빌렸고,  다큐멘터리나 방송 프로그램을 챙겨보기까지 했다. 화면 속, 혹은 책에서 나오는 사진들을 보며 ‘곧 나도 저기에 가겠구나’하는 기대와 함께.


본질

 나름 많이 읽고 갔다고 생각했던 나의 짧은 공부는 그만큼 휘발성이 너무나 강했다. 

뇌에 남겨진 것이라고는 ‘어, 나 이거 책에서 본거다’ 딱 여기까지였다. 오랜 비행시간도 변명이 될 수는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건축물과 관련된 시대적 배경도, 관련 인물이나 역사 그 어느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심지어 너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찍어놓은 사진을 미리 보고 온 곳들은 낯설지 않음이 날 불편하게 만들었다. 더 적극적으로 보고, 느끼고 해야 하는데 도리어 그 앞에 쓰여 있는 설명서를 읽기도 귀찮아하고 있었다. 

 

 단순히 내가 공부한 것을 적용하려던 여행은 ‘위치 확인?’ ‘체크!’ ‘확인?’ ‘체크!’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투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당시에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고 ‘아하!’를 외치며 ‘이래서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거야!’ 생각했지만 마치 내가 모든 것을 알게 된 것 같은 순간의 지적 우월감에 빠지게만 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똑같이 내 머릿속엔 희미한 조각들만이 떠다닐 뿐이다. 

 

 모든 공부가 마찬가지 일지도 모른다. 결국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공부는 다 헛된 공부일 뿐이다

미친 듯이 외우고 시험지 답안 작성 후 내 손을 떠나면 뇌에서도 말끔하게 지워지는 것처럼.


관점

 알수록 많이 보인다는 것도 사실이고 여행을 가기 전 어떠한 것을 읽었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진짜 공부를 여행에서 하고 싶다면 생각을 조금 바꿔야 할 것 같다. 그것은 ‘여행’을 내가 공부한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 아닌 내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더 공부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는, 일명 동기부여의 시간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역사적 사실을 하다 더 공부하고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그곳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돌아온 삶에서 하나 둘 펼쳐내는 것. 그것이 변화를 이끌어내는 공부의 시작이다.


“독일 철학자 니체는 여행하는 자세에 따라 여행자를 다섯 등급으로 분류했는데 그중 최상급 여행자를 세상을 직접 관찰하고, 자신이 체험한 것을 집에 돌아와 생활에 반영하는 사람으로 꼽았다. 최상급 여행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험을 의식화하고 그것으로부터 의미를 찾아내며 현실에서 반복 실천함으로써 경험을 체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중에서)

아이디어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카페에서 만난 친구의 표정이 너무나 밝았다. 한참을 얘기하던 친구는 자신이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의 투어를 너무 재미있게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가이드 선생님들의 작품 설명을 듣다 보니 대부분 작품에 담긴 이야기들이 성경과 관련되어 있다고 해 요새 성경을 조금씩 읽고 있다고 했다. 생각보다 딱딱하고 종교 얘기만 많을 것 같았는데 읽다 보니 다 사람 사는 얘기 같다고, 흥미진진 부분도 많아 재미있다고 말하는 친구를 보며 순간 생각했다. 

 첫 번째로는 친구와는 반대로 도리어 나는 우피치 미술관에서 보는 작품들마다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순간 나의 지적 자만이 꿈틀거렸었다는 것이 생각나 창피함을 느꼈다. 두 번째로는 여행과 삶이 구분되어 있지 않아 보이는, 다시 말해 여행이 끝이 아니고 친구의 삶에서 ‘성경 읽기’라는 무언가로 연장이 되고 있다는 느낌에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하나 더 알았다는 순간의 뿌듯한 감정은 우리를 지적 오만으로 데려다준다. 정작 우리의 삶, 혹은 태도를 변화시킬만한 영향력 있는 배움이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그 반대의 배움은 점진적이고도 묵직하게 전해져 온다. 아직 내리지 못한, 혹은 잘못 내려진 삶의 뿌리를 건드리기도 한다. 깊이 알아갈수록 더 깊어진다. 이 모든 과정은 단순히 아는 것이 많아지는 공부의 과정이 아닌, 나의 생각에 새로운 길을 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나누고픈 여행 이야기나 성장여행을 위한 아이디어, 조언이 있으시다면

청춘여행소 dreamingtraveler2016@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풍요로운 여행의 비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