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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Apr 09. 2016

풍요로운 여행의 비밀

청춘여행소, 일곱 번째 이야기


현상

 여행가기 전엔 하고 싶은 게 어찌나 많은지. 들려서 봐야 할 것도, 한번 먹어보면 ‘한국엔 왜 이런 음식이 없냐’ 소리가 절로 나올 음식들도 먹어야 하고, 우리나라에선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그래서 내가 이곳을 다녀감이 확실하게 티가 나 살 수밖에 없는 ‘레어템’의 득템까지. 그 모든 것들을 다 이루고 나면 짐은 어느새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리웠던 우리 집 냄새에 안도감을 느끼며 불어난 짐을 풀기 시작하고 가족, 친구들을 줄 선물, 기념품들이 위풍당당 밖으로 나온다. ‘여행은 어땠어?’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의 질문에 우리는 하나같이 말한다. ‘참 많은 것을 얻어왔다’고.


본질

 '많은 것을 얻어왔다'는 말. 많이 보고, 다양한 것들을 먹는 것과 같은 표면적인 경험이 아닌 조금은 다른 부분에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1) 더 근본적인 의미에서 우리의 여행이 처음부터 끝까지 여행으로서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 혹은 (2) 더 나아가 여행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던 비밀을 찾아낸다면 특별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낯선 땅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낯선 사람들의 ‘베풂’이다. 


 여행이 시작되고 낯선 땅을 밟으며 그들의 삶의 일부로 개입되는 순간, 우리는 낯선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받는다. 때로는 그 관심이 우리를 물주로만 생각하며 관광객으로서 대하는 관심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은 선함을 내재한 호의일 때가 많다. 그리고 그 호의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우리의 여행에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의 길을 찾고,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하는 여행의 필수 통과의례 같은 순간 속에서 그들은 직접 우리가 필요로 하는 곳에 데려다준다든지,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봐 준다 던지, 또는 마트에서 동전을 센다고 쩔쩔매고 줄이 길어지는 순간에도 짜증 한번 내지 않고 그 나라 돈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를 기다려 준다. 


관점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당연하게 여겨왔지만 크고 작은 도움 속에 감사를 느낄 때가 참 많았다.  그렇다면 여행을 하는 순간순간,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인연에 감사하며 우리가 먼저 그들에게 무언가를 베풀 수는 없을까? 국가, 종교, 성별을 포함해 나를 설명하는 그 모든 것을 벗고 오로지 벌거벗은 몸으로 여행하면서 사람들을 마주하는 그 곳은 새로운 만남의 카오스의 중심이며, 낯선 사람으로 만나 소중한 인연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곳에서 우리의 베풂은 얼마나 뜻깊게 될까?


아이디어

#1

여행에서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그려 선물했다는 한 대학생이 있다.

세바시 166회 | 앞으로 멘 배낭 @최경윤

 그림을 전공한 친구도 아니었지만 여행 중 알게 된 사람들,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림을 선물했다고 한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추억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드는 것이더라고요", "인연은 인연을 물어와요"


 나의 소소한 취미활동 혹은 평상시에 프로의 수준이 아니여서 보잘 것 없게만 느껴졌던 재능이 여행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에겐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귀한 선물이 된다. 베풂이라는 것은 잘하고 못하고가 아닌 ‘하고하지 않고’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때때로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베풂은 한국에서 보다 더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할 때가 있다.


#2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까미노를 걸으며 취미활동이었던 캘리그래피로 길 위에서 만나 함께 걸었던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글귀로 담아 주던 민지 동생. 그렇게 소중한 인연은 아주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2016 스페인 산티아고 @어벤저스 왕민두

베풂의 모습은 너무도 다양했다. 자신이 먹을 밥보다 조금 넉넉히 해서 주변 사람들과 나눠먹는 여행자도 있었다. 함께 음식을 나눠먹는 자리에서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노래에 담긴 진심을 느끼며 하나 되게 만드는 또 다른 외국 손님의 노래도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건강히 여행 잘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숙소 주인의 그림 선물도 있었다.

2016 산티아고
이렇게 서로 베풀고 함께 나누는 과정에서 외롭진 않을까 걱정했던 여행은
어느덧 함께이기에 가능한 여행이 되고 있었다.


 그래. 거창하지 않아도, 아주 작은 것이더라도 우리가 그곳에서 베푸는 작은 선행은 우리의 여행을 더 풍요롭게 한다. 내가 베푸는 작은 선함이 내가 기대하지 못한 인연이 되고 또 감사가 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베푼다는 것이 얼마나 주변과 또 나에게 큰 영향력이 있는지를 알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여행에선 아주 작은 ‘베풂’의 시작이 ‘함께’라는 이름으로
그 무엇보다 가장 큰 ‘행복’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늘 감사가 끊이지 않았던 여행, 힘들어도 ‘여행’이기에 이겨냈던 순간들, 그 풍요로움의 시작은 결국은 나눔의 미학을 낯선 곳에서 알게 되면서부터인 것 같다. 만약 삶이 여행이 되고, 여행이 삶이 된다면 언제나 우린 풍요로울 수 있지 않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나누고픈 여행 이야기나 성장여행을 위한 아이디어, 조언이 있으시다면

청춘여행소 dreamingtraveler2016@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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