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엄마되기
육아휴직을 쓰기로 했다. 아이가 “마침내” 초등학교 1학년이 된것이다!!!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 3개월에 육아휴직 7개월을 쓸때만 해도, 이때까지도 내가 일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육아휴직을 남겨두어야하나 하며 남겨두었던 5개월이 있었다. 결국 이때까지도 나는 열심히 일하고 있고, 쭉 더 일하게 될것 같다. 하하..육아휴직을 남겨두었던 그때의 나 칭찬해….
그래도, 5개월이면 자그마치 150일이 아닌가! 일하랴 아이 키우랴, 내 마음 돌보랴 아이 마음 돌보랴, 이와중에 소외되는 것처럼 느끼고 있는 남편 마음 돌보랴, 몸이 약한 가족들을 위해 집밥 만들랴, 시댁 식구 친정 식구 섭섭하지 않게 가끔 들여다보랴, 너무너무 바쁘고 정신없는 7년을 보내느라 닳고 닳은 나의 몸과 마음에도 휴식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너무 신나서 휴직 계획도 짰더랬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스트레칭과 명상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아이 밥을 하고 아이를 깨워 준비시켜 학교 보낸 후에 나는 집 청소와 빨래를 돌려놓고 그간 치고싶었던 피아노를 조금 치다가 수영을 가겠다, 수영 다녀와서는 장을 봐두고 아이를 데리러가서 학원에 보내곤, 학원에 있는 동안 집/까페에서 책도 읽고 부동산 공부도 좀 하고 책도 읽겠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기타도 배우고 포토샵도 영상 편집도 배우겠다…라는 야심찬 계획이었더랬다. 또 아이에 대해서는 이제 엄마가 집에 있으니 학원을 뺑뺑이 돌리지 않겠다, 엄마와 함께 새로운 경험도 하고 놀이터에서 친구도 많이 만나고 많이 놀러 다니겠다, 라고도 계획했다.
네가 무슨 계획을 세우든 인생은 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던가! 벌써 휴직한지 13일이 되었는데, 저 위에 적힌 휴직 계획 중 하나도 실행한 것이 없다. ㅎㅎㅎ 새벽에 일어는 났으나 스트레칭과 명상 대신 인터넷만 실컷 하다가 아이 밥 만들 시간을 놓쳐 뿌링클 주먹밥으로 대체하고, 청소와 빨래는 돌렸지만 피아노와 수영은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첫주인데 일단 먼저 쉬자는 미명하에…ㅎㅎ 아이는 학교 끝나면 놀이터에 죽치고 친구들과 놀다가 겨우겨우 학원으로 가는데, 학원 셔틀도 타기 싫다고 엄마가 태워달라고 조르는 통에 엄마 차로 등하원을 하다보니 등하원 하고나면 저녁 만들 시간이다. 이것도 겨우 13일 만의 첫번째 글인데 대체 피아노/기타 연습, 책읽기, 공부, 포토샵/영상 편집은 언제 할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상하게 중간중간 버려지는 시간이 많고 남는 시간은 조각난 짜투리 시간이라 진득하니 무언가 하기가 쉽지 않다. 뭐 하나 하려면 마음의 준비부터 집중력 저하로 중간중간 핸드폰 보는 시간까지 2시간은 통으로 필요한 40대 아줌마에겐 쉽지 않은 계획이었던 것이다.
아이는 초반에는 놀이터에서 친구도 많이 만나고 놀았는데, 결국 학원을 땡땡이 치고 엄마랑 하루종일 놀기로 해도 친구들이 없었다. 다른 친구들이 다 학원을 뺑뺑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과후활동이 곧 시작될텐데, 그러고 나면 더 친구가 없겠지…결국 놀이터에서 한시간 놀고, 일단 매일 가기로 등록해두었던 (여차하면 자체 주 3,4회로 하겠다던 나의 계획) 영어학원을 매일 다녀오곤 집에서 엄마랑 숙제하고 TV보는 삶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하 슬픈 현실이여…!
그래도, 학교가 끝나고 교문으로 나왔을 때 엄마가 나와 반겨주고 가방도 들어주고, 놀이터에서 놀때도 엄마가 곁에 있어주고, 친구들과 놀다가 마음의 상처라도 받을라치면 얼른 달려와 마음을 다독이고 갈 수 있는 엄마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아이는 매우 기쁘다고 했다. 주말에 저녁을 먹으며, 무서울거라 걱정했던 학교 생활도 재미있고, 엄마도 맨날 옆에 있어줘서, 친구들도 많이 생겨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나도 기뻤다. 그래, 뭐든 새로운 것은 무섭고 두렵기 마련인데 그럴때 마음의 안정을 줄수 있는 대상이 있으면 더욱 힘이 나겠지. 이럴때 마다 불쑥 불쑥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항상 옆에 있어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늘 있다보면 엄마가 필요한 어떤 중요한 시점에서 옆에 있어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일테니. 그리고 그 쭉 이어지는 시간이 아니라 그 어떤 순간 순간이 중요한 것이니 말이다.
좀 더 크면 엄마가 옆에 있어주는 순간 순간 보다, 엄마가 주는 학원비가 더 소중하게 될때가 있을테니 그때를 위해 일단은 일하는 것으로 계속 마음을 다잡아 본다. 짧지만 소중한 150일 동안 작고 소중한 순간순간을 더 많이 쌓아서 나중에 힘들때 꺼내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