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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의 나

대학 때 경영학과 수업에서 나의 5년 후, 10년 후 모습을 4분면에 그려보라고 했었다.

머나먼 미래라고 생각했던 그 시간은 이미 15년이 훌쩍 지나버렸는데,

신기하게도 나는 그때 내가 적었던 모습과 비슷해져 있다.

매일 매일 의식하고 엄청나게 노력하진 않았는데도.

무의식의 영역은 정말이지 신기하다.


아이를 낳고 한 5년간은 ‘나’라는 존재를 잊고 살았다.

그 5년간은 ‘나’라는 주제에 있어서는 어떻게 보면 암흑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없어져서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가꾸어나갈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기 떄문이다.


생각해보면 아이를 낳고나서의 나의 모습에 대해서, 대학 때 처럼 막연하게라도 생각해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때 생각했던 5년, 10년 후의 나의 모습을 어느 정도 성취하고 난 후에, 그대로 그렇게 그 삶을 사느라 그 이후 어떤 모습으로 살것인지는 아직 고민하지 못했었고, 특히 결혼과 아이가 있는 나의 삶에 대해서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고 어떤 모습의 워킹맘이 되고싶은지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참고할 수 있는 예시나 롤모델도 많이 없었던것 같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워킹맘들도 많지만, 그들의 실제 삶과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은영박사의 육아지침은 좋은 엄마의 롤모델은 제시해주지만 좋은 엄마로서 살면서 내 삶을 일구어나가며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요즘 넘쳐나는 육아 프로그램들은 과시욕이나 상업성이 많이 보여 공감되지 않고,

오히려 유튜브에서 실제로 삶을 일구어나가는 워킹맘들의 매일매일, 브이로그를 많이 찾을 수 있는데, 이 유튜브 컨텐츠들이 도움도 되고, 자극도 되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daily 로 나에게 위로나 공감의 대상은 되나, 영감을 주거나 롤모델로 삼기에는 왜인지 무언가 부족했다.


이제 38세(만으로는 36이라고 우기며), 어느날 문득 이렇게 계속 살아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셋에 그렸던 나의 모습은 40대, 50대, 60대까지 적용할 수 없는 그림이었다. 지금 30대까지가 max인것 같다.

하이힐을 신고 마케팅을 하며 현장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60대 마케팅 실무자를 상상한 것은 아니기에. 그렇다면 나의 40대, 50대, 60대는 어떤 그림을 그려야할까?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아주 희미하게나마 잠깐씩 떠올린 4,5,60대의 모습은 내가 본 우리 엄마의 모습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나는 조만간 일을 그만두어야하겠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건 ‘나’라는 주제에 대한 방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다니지 않더라고 일은 할수 있고, 나를 가꾸어 나갈수도 있는 것이 지금 세상인데.

그럼 나는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가를 조금 더 고민해보아야하지 않을까?


흠..지금은 아무런 모습도 그려지지 않는다. 사용할 재료의 부족인것 같다.

조금 더 재료를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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