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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밥 Dec 22. 2021

댁의 밥상은 어떠신가요

아침, 기분 좋게 식탁에서 밥을 먹어야 할 시간에 남편과 첫째 사이에서 언쟁이 오갔다. 언쟁이라기보다 일방적 남편의 버럭이라고 해야 맞으려나.


국을 데우는 동안 남편은 반찬을 꺼내 놓고 식탁에 불필요한 것 들을 내 대신 치우는 중이었다. 옆에 있던 아이들에게 식탁 위 물건들을 치우며 가져가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거실 바닥에 앉아 있다가 아빠 말을 듣고 움직이려는 모습을 힐끔 보았다.


남편은 자기 말이 끝나기 1초 만에 다시 반복해서 말을 했다.

"이거 치우라고. 안 들려?" 하더니 결국 놓여 있던 물건을 바닥에 던졌다. 색칠할 수 있는 엽서 두장이었는데 대답 후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려는 첫째가 아빠의 행동을 보고


"그렇다고 왜 던져 아빠."


남편은 나를 도와주려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밤새 안 좋은 꿈이라도 꾸어서 기분이 상쾌하지 않은 상태인걸 괜한 일로 트집 잡아 풀고 싶었던 걸까.



사실 이건 문제 되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이다음부터였다.


엽서를 주워 치우고는 돌아와 수저와 젓가락을 놓는데 첫째가 아빠한테 먼저 수저를 놔두지 않고 자기 들것을 먼저 놓아버렸다. 평소 젓가락만 쓰는 아빠여서 수저를 놓지 않은 것 같은데 오늘은 국이 있었고 아빠는 자기가 버럭 한 일로 첫째가 소심한 복수 내지는 버릇없는 행동으로 받아들였다.


"이거 봐. 얘는 어른이 먼저지 자기들 것만 놓네? 애들 똑바로 안 가르쳐?"


불똥이 나한테까지 튀었다.


아빠의 행동이 못마땅한 첫째도 지지 않고 말대꾸한 모습도 걸리고 화부터 내는 남편도 못마땅하고 아침부터 이래저래 화가 난다.


밥 먹는 자리에서 언성이 오가는 건 무척 안 좋은 신호다.

내가 우리 아이들 나이만 할 때, 밥 먹는 게 너무 느려서 할아버지한테 잔소리 듣던 기억이 있다. 마치 밥맛 떨어진다는 듯한 표정의 할아버지 얼굴과 말투는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다. 신혼 때 시아버지는 꼭 밥 먹을 때마다 그날 있었던 안 좋은 일들을 꺼내 놓으셨다. 기분이 별로일 땐 말없이 먹어도 참 좋은데 왜 밥 먹을 때 얘기를 꺼내는 듣고도 모른 척할 수 없고 난감하고 불편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인가. 내가 보기엔 별것도 아닌 일이고 기다려주어도 될 만한 일인데  남편이 아이들을 다그치고 화를 내면 그렇게 불편하고 화가 날수가 없다. 더구나 밥상머리 앞에서는 더욱이 그렇다.


우리나라의 밥상머리 교육을 강조하는 사상(?)이 빗나간 오늘 우리 집 밥상머리 풍경이었다.



조금 전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애들은 집에 다 왔냐고 안부를 묻는다. 아침에 그래 놓고 마음이 쓰이긴 하나보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나지막이 부탁했다.

"자기야, 잘 못하는 건 가르치는 거 맞지. 맞는데 버럭 화부터 내면서 말하지 말자. 말했으면 기다려주기도 했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리고 꼭 해야 될 말이면 밥은 다 먹고 말하자 좀."


내가 성인군자가 아닌 것처럼 남편도 그쪽은 아니다. 우리 둘 다 잘 버럭 하는지라 늘 피해는 아이들이다. 이 점은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상처가 되지 않게 하려고 나름대로 조심하는 부분이 있다. 남편은 내가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예의를 가르치지 않는 점 역시 트집 잡고 싶어 시동을 걸었다. 내가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면 자기가 과격하게 나설 수밖에 없다며 협박처럼 들리는 으름장을 놓았다.


밥상은 각자 셀프.... 어떻게 안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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