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밥 Mar 22. 2022

목표하는 선 까지 멈추지 않고 들이대기

얼마 전 방송이 끝난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 무명 가수들이 자기 이름을 알리기 위해 번호표를 붙이고 나와 노래하는 <싱어 게인>이다. 시즌1보다 이번 방송을 아주 인상 깊게 시청했다.


오래전 왕성한 활동을 하던 가수가 번호표를 붙이고 나왔다. 어? 저 사람이 여기에? 한동안 방송에서 볼 수 없던 그는 많이 수척해 보였고 어딘지 그늘져 보였다. 성대 결절로 노래를 못하게 되자 대중들 사이에서 '불운의 가수''실패한 가수'라는 타이틀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서 가슴에 번호표를 달고 출연했다고 밝혔다. 실로 오랜만에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그 가수는 목소리가 갈라졌고 음정이 매우 불안했지만 내 눈엔 여태껏 본 그의 무대 중 가장 열심히, 진심을 다해 부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가수였다. 


존경하는 선배님이라고 칭한 심사위원 한 명은 가수의 노래가 끝나갈 무렵 고개를 떨구더니 눈물멈출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무대에서 지켜보는 가수도 고개를 잠시 돌리며 어쩔 줄 몰라했다. 서로의 마음을 알아채 보였다. TV를 보고 있던 나한테도 그 마음이 전해져 안타까워 눈물이 났다.


심사위원들 모두 안타까움으로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가수 이선희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끝까지 노래하는 모습에서 의지가 느껴졌다."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없다."

"목표하는 선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 갔으면 한다."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없다'는 말은 방송이 끝난 지금도 내 머릿속에 남는다. 단지 프로그램을 떠나 후배가 걸어온 길, 현재, 앞으로 살아갈 날에 인생을 먼저 산 선배가 진심을 다해 건네는 응원의 말이 나를 위한 말처럼 느껴졌다.


뼛속까지 책이 좋아서라기 보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걸 몸소 느껴보고 싶었다. 전업 주부로서 소임은 다 하면서 책으로 터득한 아이디어들이 내 사업(아주 소소한)으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가령, 온라인 책방을 열어서 정기적인 독서모임을 이어가고(지금도 하고 있지만 탄탄하진 않다), 강연 기획을 만든다거나, 글쓰기 지도를 하는 등의 소소한 일이었다. (그냥 단순 생각이지 꼭 하겠다거나 이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니 큰 오해는 하지 마시길...)


나는 아직 더 많은 길을 걸어봐야 한다. 아직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걷는 중이지만 목표점을 제대로 찍지 못해 헤매는 느낌이 자주 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렇게 쉽게 내려놓는 내가 나약해 보일 것 같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여기저기 들이대는 것 같다.

보태자면 지금 여기서 넋두리하는 건 이번 독서모임에 모집이 안 돼서 그런 건 전혀 아니다. 어흑...


그래도 괜찮다. 다시 모집하면 되고 사람들이 많이 읽고 싶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한 책을 또 찾아 나서면 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읽고 싶은 책이 뭘까 부지런하게 내가 읽으면 언젠가 독서에 관한 열정을 알아봐 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절박할 때 시작하는 책 읽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