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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밥 Jan 12. 2022

오만방자 와 교만 방자

잘났어 정말


카페에서 책보는 일이 요즘 내 루틴이다.

오늘 영하17도 날씨에도 나가려고 가방을 싸는데,반가운 카톡이 왔다.


오프라인 독서모임만 하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바뀐 후 유독 나를 지지하는 팬이 생겼다. 처음엔 온라인으로만 보다가 딱 한번 서울에서 만나고 그 뒤로 블로그로,카톡으로 가끔 안부를 물었다.


그녀는 어딘지 나와 닮은 곳이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독박 육아와 여린 마음을 가졌고 늘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겼다. 느린 속도로 열심히 달려가는 것뿐인데 남들과 비교되는 것에 속상해했다. 그럴 때마다 '나도 똑같은데'하며 동병상련의 고통을 나눴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구나. 불평과 자학의 선배로서 그녀가 고민할 때마다 마음을 덜어주고 싶어졌다. 섣불리 나선다면 오지랖이 심한 사람이 될 수도 있으니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아,  힘내라고 가끔 메시지를 남기긴 했다.


나는 독서와 글쓰기로 남의 상처도 돌봐주고 싶을  여유가 생겼을 만큼 자존감도 조금 생겼다. 그러나,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보고 위로해주는 일은 그렇게 쉬운건 아니었다. 상대방 인생에 함부로 끼어들어 이래라 저래자 한 다는 것이 얼마나 오만하고 교만한 일인지 책에서도 늘 강조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읽기 시작한 후 교훈처럼 마음에 새긴 것이  있다. 절대 남의 인생에 함부로 끼어들지 말 것. 그리고 책은 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읽고 사유하는 것이지 돈 버는 수단으로써의 역할, 읽고 자신이 체득한 것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남기되 그것이 꼭 책을 출간해야 한다거나 누군가에게 잘나 보이려는 도구가 되는 건 아니라는 관점이다.

운 좋게 책을 출간했다고 치자. 또 운이 좋아 판매도 잘되었다고 치자. 그렇다고 그 사람이 당장 뭐가 된 건 아니다. 그다음, 또 그다음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게 사람 한 치 앞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입장과 같을 수 없다는 걸 인지하고 교만하지 않고 겸손을 더 갖추면 좋겠다.


책이 좋아서 읽는 것뿐인데 뭘 남기지 않는다고 해서 부족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어설픈 동기부여를 하는 사람이 더 부족해 보인다.


 좀 천천히 가면 어떻고 쉬어가면 어떤가. 사람은 다 자기 속도의 시계가 다른데 말이다. 시계는 늘 정박으로 움직인다. 건전지를 새로 바꿨다고 빨리 가거나 건너 띄지 않는다. 오만과 교만함이 없이 정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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