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밥 Sep 01. 2020

뒤를 돌아보지 마

후회만 있을 뿐인걸 알잖아

5년간 살던 24평 아파트를 적당한 값에 매매하고 나와 아이들 교육환경이 좀 더 나은 곳에 살자며 3년 전 교통과 인프라가 구축되어있는 시내로 옮겨 전세로 살고 있다. 작년 2019년은 남편이 7년간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1년 동안 거의 반백수로 지냈었다. 경제적으로 당연히 타격이 있었지만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도 먹고사는데 큰 지장 없이 평탄했다. 남편은 부동산 경매, 아웃소싱, 방수사업 등에 관심을 보이고 개인사업을 해보겠노라며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결국은 본래 하던 자동차일을 다시 시작한 지 5개월이다.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해서 아침을 먹고 6시 전에 집을 나선다. 서울 강남으로 매일 출근 중이다.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의 무게가 남편의 몸무게만큼이나 짊어지고 있어 지켜보는 내 입장도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집에서 근무지까지 차로 한 시간 거리인데 매일 운전하면서 출퇴근하는 일이 쉽지 만은 않다. 아이들도 학교를 못 가고 나도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남편의 무게를 덜어주고자 취업을 한다는 것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 어떤 일이 지금 나한테 가장 잘 맞을까를 늘 고민하고 연구한다. 매일 블로그를 들여다보면서 책만 읽는 소비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독립해서 모임을 만들고 1인 사업화하여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그들의 역량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일은 결코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왜 나는 못하고 있을까 자책도 든다.


이제 겨우 40여 페이지밖에 읽지 않은 <시작의 기술>은 표지에 이렇게 쓰여있다.

"용기 내라는 오글거리는 말은 하지 않겠다."

내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응원합니다' '잘될 거예요'라고 한다면 그 말 한마디에 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이지만 나 개인까지 최저일 필요까진 없는데 왜 아직도 두려워하고 실행하지 못하는지 나 스스로가 답답하고 속상하기만 하다. 그저 마음이 여린 사람이라는 포장으로 나를 애써 감싸주기에는 그 시간이 너무나 길었다. 이제 내 인생 좀 그만 망쳐야 한다.


남편이 나만 돈 버는 거 힘들어 죽겠으니 너도 좀 벌어오라고 하지 않지만 집안 돌보기와 아이들 양육에 힘쓰는 일이, 확진자 동선이 집과 가까워져서 밖에도 못 나가고 답답해 미쳐버리겠다고 투덜거리는 말이 왠지 염치없는 일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런 우울함은 모두 코로나 때문이라고 탓하며 지내기에도 이제 지쳤다. 긴 시간 사람다운 일상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하고 지낸 내 일상의 팬데믹 현상인 것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지금 이 시기는 언제쯤 끝날 것인가를 마냥 기다려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나뿐 아니라 모두가 위기다.  하고 싶은 것은 정말 많은데 실행력이 없는 나여서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살았다. 누가 보면 엄청 욕심 많은 사람으로 아는데 완전 헛똑똑이가 따로 없다. 다른 사람의 성장을 부러워만 한다. 그리고 애꿎은 블로그 스킨이랑 프로필 사진 만드는데 시간을 쏟고 있다. 참 웃기다. 뭔가 프로다워 보이고 싶으면서도 포트폴리오도 없는 이 허술함.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만 구축하려는 성급함. 다시 자책 가득한 옛날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벗어나야지. 벗어나야 돼. 다르게 살겠다고 버티고 버텼는데 지금 무너지면 너무 억울해.


가장 취약한 내 단점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나쁜 습관이 몸에 베인것부터 버리는게 급선무이겠지. 나는 될 사람이다. 나는 된다. 나는 한다면 한다는 긍정 확언으로 오늘 하루 버티고 내일도 모레도 버티면 될까?





작가의 이전글 제목 잘짓는것도 재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