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엄마에서 독서모임 운영자가 된 사연

by 책사랑꾼 책밥


첫 독서모임을 시작한 건 5년전 겨울이다. 그땐 책 한 권 완독 하기도 힘든 때였다. 엿가락처럼 늘어진 내 삶을 단단히 만들고 싶어서 제 발로 찾아간 독서모임이었다. 당시 모임을 이끈 분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이었다. 학부모 독서모임을 결성해서 100 일동 33권 읽기라는,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를 모티브로 프로젝트 모임이었다.

우리의 삶은 평범하지만 누구에게 스토리가 있고 변화된 삶을 얻을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으로 책을 읽고 각자의 성장을 지지했다.


5년 전까지의 나는 지금이랑 비교도 안 되게 딱딱한 말투, 굳어져 있다 못해 검은 태양이 드리운 얼굴이었다. 나를 위한 삶의 낙이 전혀 없었다. 위로받고 싶고, 기대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어디서 찾아야 좋을지 막막했다. 막막한 채로 살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우연히 아이들 학교에서 독서교육 특강에 참여했고 그것을 계기로 생애 첫 독서모임을 경험했다.


<성장하는 엄마, 꿈이 있는 여자>, <꿈이 있는 엄마는 늙지 않는다>를 당시 읽으면서 하나 같이 내 얘기 같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이나 <습관 육아> 같은 자녀 교육서를 읽고 모임에서 한 마디 꺼낼 때마다 눈물부터 쏟았었다. 그럴 때면 모임을 이끄는 선생님은

한결같이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괜찮습니다. 잘하고 계십니다. 지금 흘리는 눈물은 앞으로의 성장을 예고하는 겁니다."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늘 이렇게 나를 위로하고 힘이 되는 말로 기를 살려 주었다.

도움 될 만한 책을 계속 추천해주면 내가 소화 가능한 범위에서 그 책을 따라 읽으며 독서력도 키워갔다.


선생님과 함께 하는 독서모임은 나의 숨구멍이었다. 피치 못할 일로 임신 중절 수술을 겪고 마음이 무너질 때로 무너져 있었다. 내 한 몸 챙기기 버거울 만큼 모든 일상이 무기력했었다. 우연찮게 연결된 독서모임이 나를 숨 쉬게 했으니 내 생명의 은인이 아닐 수 없다.

선생님은 교사이면서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우리와 독서모임 하는 것 말고도 교사 독서모임도 하고 교사를 위한 연수, 강의를 다니며 자신만의 궤도를 그려 나갔다. 몸이 천 개여도 모자라는 분이 우리를 말과 마음으로 챙기는 일을 놓치지 않았다.

그냥 으레 하는 말이었다 할지라도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꿈, 육아, 책, 필사라는 키워드로 우리의 잠재력을 깨워주었다.


행운처럼 선생님의 두 번째 책에 내 이야기가 짧게 실리는 영광도 얻었다.

이때는 몰랐다. 내가 독서모임 운영자가 될 것이라고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가슴에 품으며 '나도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꿈을 키운 것 같다. 누군가에게 힘이 돼주는 말을 나눌 수 있을 만큼 크고 싶어 졌다. 내 말 한마디가 그들에게 희망이 되고, 힘이 될 수 있다면 진짜 어른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추천해준 책들을 읽으면서 분명 난 꿈을 품었고

성장했다. 선생님만큼의 능력은 못 갖췄어도

매일 눈물 바람이던 얼굴에서 당당히 고개를 들어

내가 이끄는 독서모임 회원들과 웃으며 말할 수 있게 된 건 독서모임이었고 이끌어준 선생님 덕분이다.


'모든 순간을 나답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독서모임 전에는 아이들이 원하는 엄마, 내조 잘하는 아내가 다였다. 부족한 살림 솜씨여도, 아이가 원하는 걸 다 들어줄 수 없는 엄마여도, 내조가 완벽한 아내가 아니더라도 내가 나를 거절하지 말자고 다짐해왔다. 그래서 용기 내어 독서모임 참여자에서 운영자가 되었다.


나는 독서모임 운영자 역할이 뭔가 대단한 힘이 있는 사람이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을 알아챌 수 있고, 사람과의 연결을 좋아하고, 과한 꾸밈없이 무던하게 자신을 가꾸는 사람이면 충분한 것 같다. 앞으로 나도 이런 사람이 되게끔 가꾸어 나갈 것이다.



글밥님이 이끄는 1일1브런치 팀에서 10일 동안 매일 주제 있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주말은 휴식이지만 하루라도 마감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자진 탈퇴해야 하는 강력한 규칙이 있어요.

어제 독서모임이 좋은 이유에 대해 글을 썼고 오늘이 두번째, 독서모임 운영자가 된 제 이야기를 썼습니다.

양심상 세번은 고쳐써야 하는 데 오늘은 그러지 못했네요... 그럼에도 읽어주신 작가님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