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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밥 Sep 15. 2020

당신의 마음은 안녕한가요?

나만 그런거 아니겠지


보통은 상대방의 말을 듣는 편에 속하는데 가만 듣다 보면 이해가 안 가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그럴 때 반기를 들고일어나면 감정적으로 예민하거나 유난스러운 사람이 되어버린다. 이해가 안 가는 사람과 유난스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이 참고 누른다. 그럼에도 불쑥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마음의 소리가 상대방에게 화를 입히는 일도 저질러지곤 한다.     


-보통의 언어들 인용문-
<p54 이해가 안 간다> 비난을 내포하는 말
“참 그 사람은 이해가 안 가”라는 말을 중얼거린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말을 닮은 사물을 꼽자면 버터나이프다. 무언가를 깊게 찌를 수 없지만 상처를 낼 수 있으며, 잡는 이의 의도에 따라 ‘칼’의 쓰임새도 될 수는 있는 버터나이프.」     




최근에 독서모임을 정리하면서 한 회원에게서 원색적인 비난의 말을 들었다. 모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회원들에게 한정 기간 동안 매일 독서 인증을 제시했고 이 과정에서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이 불편한 감정을 가졌다. 몇몇 회원들은 인증을 시작하였고, 며칠 지난 후 살펴보니 매일 같은 페이지의 책을 인증하는 한 분을 보았다. 인증하는 흉내만 내고 있는 줄 단번에 알아차렸지만 어떻게 마무리를 할지가 더 궁금해서 그냥 두었다. 일주일 인증하더니 그만두길래 더 이상 모임에 참여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제시했던 기간 인증이 끝나고 운영하던 카페를 없애려는 마지막 날 글하나 가 올라왔다. 사과를 받고 싶다는 글이었다.

유료 모임을 하고 싶으면 혼자 나가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될 것을 독서 인증, 유료 전환 예정 등의 사안을 놓고 장난치는 듯 한 글 제목으로 올려 회원들을 기만했다며 사과를 하라는 요구였다.

글을 읽는 내내 피가 거꾸로 솟아올라 똑같이 원망스러움을 전달하고 싶었으나 지인의 만류로 참았다. 모임 날짜와 지정 도서 등을 알리는 단체 톡에서 한 번도 응답을 받아본 적 없던 사람에게 받는 비난은 해가 쨍쨍한 날에 흩날리는 원피스를 입고 나갔다가 소나기를 만난 기분이었다. 나 역시 그의 말이 이해가 안 가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지인의 만류가 아니었다면 지질한 사람이 되어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p55 분명한 건 이 문장의 의미를 곱씹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이 말을 자주 쓰는 사람을 경계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이들의 “걔는 이해가 안 가”라는 말을 벌거벗기면 결국 그 말은 ‘걔는 잘못됐어.’ 또는 ‘걔는 이상한 애야’라는 의미 더란 말이다. 그걸 느끼고 난 후부터 입버릇처럼 이 말을 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자신의 비좁은 경험치나 견해를 고백하는 걸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에게 나란 사람은 이해가 안 가는 사람이다.      

예쁜 노래 가사를 만드는 작사가의 책이라 그런지 부정적 기운이 감도는 감정이나 생각의 언어들이 아름답게 포장되어있다. 하필이면 기분이 몹시 상했던 그날의 기억이 먼저 떠오른 것이 못내 아쉽다. 나의 세계가, 나의 언어가 좁은 인간관계 안에서만 쓰이고 있는 것 같아 발가벗져진듯하다.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은 내가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내 입은 버터나이프까지는 아니었다. 비난을 드러내려는 의도보다 이해 가능한 범위를 갖지 못함의 순기능으로서의 말이었다. 어디까지나 김이나의 개인적 평가로 비유한 ‘이해가 안 간다’의 의미를 나와 잠시 비교한 순간 짧게나마 내 말이 그에게도 버터나이프의 역할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게 찌를 수 없지만 상처를 낼 수 있는 버터나이프.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작가의 생각에 많은 공감을 하지 못했다 나를 비난했던 한 회원과의 해프닝(?)으로 인해 나의 보통의 언어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내게서 흘러나오는 말이 상대에게 재해석되어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을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하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거칠게 항의하며 나를 욕했던 그의 행동도 옳지는 않았으나 어차피 오래 인연을 이을 수 없는 관계였음을 알았기 때문에 큰 상처로 남을 뻔한 일이 빨리 정리되었다.  앞으로의 내 보통의 날들에는 다신 없어야 할 일이란 것을 새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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