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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밥 Jun 14. 2022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

꿍따리 샤바라 빠빠빠바

집에 올 시간이 아닌데 한 시간 일찍 딸이 도착했다.  먹은 쭈쭈바 껍데기를 들어 보이며 "담임 선생님이 사주셨어."로 말문을 열었다.  딸아이 얼굴은 평소랑 달라 보였다.


엄마의 직감은 틀린 적이 없다. 그럴 땐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 궁금해도 세 번째 질문으로 남겨둬야 한다.

"무슨 날이야? 웬 쭈쭈바?"

딸의 반이 피구 경기에서 준결승에 올랐는데 아쉽게 3등을 했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게 자기였는데 마지막 회심의 공격을 막지 못해서 진 게 너무 억울하고 속상해서 점심까지 걸러가며 울었다고 했다.

자기 때문에 진 게 반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그게 더 마음 쓰여서 딸은 더욱 울었다고 했다.

'아휴... 얘를 어쩌면 좋을까.' 어미 마음은 더 쓰리다. 하지만 이것도 티를 내면 하수다.

"Y야, 엄청 잘했네.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니 너 경기 잘한 거야. 너 때문에 진 게 아니라 너 때문에 3등 한 거 아니냐? 잘했다 잘했어. 속상했구나? 친구들이 너 원망할까 봐."

토닥이는 내 손이 닿자마자 딸은 벌겋게 눈이 달아오르더니 이내 울음음 터뜨렸다.

"으어엉, 친구들이 내가 우니까 같이 막 울었어. 너무 아깝다고. 으어엉 으으으으"


귀여운데 짠하고 안타까워서 뭐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울 일도 많다.'라고 할 뻔했다.  꾹 참고 말보다 손을 먼저 앞세워 안아 주었다.

딸아, 있잖아. 살면서 앞으로도 이런 날이 수두룩하게 많을 수 도 있어. 그럴 때마다 나 때문에 일이 안됐다고 자책할 거 아니지?
나 때문에 안된 게 아니라 '내 덕분에'라고 생각할 줄 아는 큰 마음 가진 사람으로 크자.
네가 속상하면 사실 나도 속상하거든.


매일 좋을 수만은 없는 일들을 긍정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기를, 그렇게 클 수 있게 엄마인 나도 숨 고르기 연습을 많이 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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