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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밥 Jun 24. 2022

비도 오고 그러면 더 글이 쓰고 싶어요

고소한 우유를 따뜻하게 데우고 커피머신에서 갓 내린 캡슐 커피를 섞어 라테를 한잔 만든다.  냉동실에 잠자던 단백질 모닝빵을 데워 반을 잘라 한쪽엔 수제 딸기잼을 다른 한쪽엔 땅콩버터를 바를 때 찐 행복이다.

근사한 차림의 아침 밥상을 받아 보는 게 소원이지만 오늘 아침 계란 프라이에 김 하나를 꺼내 남편 밥을 먹여 보냈고, 아이들은 시리얼을 먹고 학교를 갔다. 내 밥상을 근사하게 차려먹는 건 사치일수도, 그럴 에너지도 없고 여유도 없다.


점점 밥상이 초라해진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마트를 들락거리는데도 매일 먹을 것 없는 이상한 살림 중이다. 반찬도 하기 싫고 밥도 하기 싫고, 먹기도 싫으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눈치 없이 이놈에 뱃속은 커피라도 넣어 달라고 아우성이다.


비가 오니 아침부터 감성에 젖어 커피는 일단 마셔야 한다. 그다음 뭘 할까. 당연히 책을 펼쳐야지. 암... 그렇고 말고. 이런 날은 무조건 책+커피 조합이다. 눈물 왈칵 쏟을 영화 한 편도 좋고 소설도 제격이다. 한 시간 10분 뒤에 나는 그렇지 못하게 독서 모임에 가야 한다. 깔끔하게 청소 하고 외출 하는 것 보다 냉동실 빵을 데워 잼을 바르다 문득 떠오른 생각을 한 줄이라도 남겨보겠다고 노트북을 붙들고 앉았다. 좋다. 이 기분. 땅콩버터만큼의 찐덕한 행복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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