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말로 확 찐자의 삶을 살다가 평생 뚱뚱한 몸이 될 것 같아 7년 전 신나게 운동했던 스피닝을 등록했다.
무릎 관절과 근육들이 살의 무게를 버텨줄지 의문이었는데 둠칫 둠칫 삐걱거려도 스핀바이크 위에서 박자 맞추는 발놀림은 다행히 살아 있었다.
자고로 운동하면서 살 까기를 실천할 땐 식단도 동시에 병행해야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내 몸을 볼 수 있는 건데 거기까진 자신 없었다. 오직 저녁에 50분 동안 달리는 스피닝에 내 몸을 맡긴 지 한 달 반. 요리조리 피해 슈퍼 면역자로 거듭날 줄 알았는데 코로나에 감염되었다. 이제 겨우 안무도 익고 탈만 해서 재미도 붙였건만 웬 날벼락.
첫날 두통과 무기력, 열이 동반하더니 위장을 부풀어 오르게 할 만큼의 근육통이 숨통을 조여 왔다. 일어나 걷지도, 앉지도 못할 만큼 고관절 통증이 심했고 입맛은 당연히 없다. 약을 먹기 위해 겨우 한 숟갈 물에 밥을 말아 입에 밀어 넣어도 봤는데 어째서 물 말은 밥에서 쓴 풀 맛이 나는 것인가. 입안에서 뭔가를 씹는 일이 이리도 힘든 고행인 줄 평생 처음 알게 된 사실도 놀랍다.
코로나 감염되면 무조건 잘 먹고 잘 쉬어야 하고 수분 보충을 많이 하라는 얘길 많이 들었다. 정작 아파보니 잘 먹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고 수분 보충 생각도 안나더라. 내 몸만 챙기기도 버거운데 남편도 아프고 딸도 아파서 누가 누굴 챙겨줄 형편도 못되었다. 엄마란 위치에서 가족을 챙겨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아픈 몸을 일으켜 세워 꾸역꾸역 부엌에 들어가 누룽지를 끓이거나, 힘없는 손가락으로 배달앱에 접속해 햄버거 주문하는 일, 근처에 사는 엄마가 반찬 몇 가지 해왔다고 현관 앞에 두고 가면 갖고 들어 오는 일, 화장실 쓰고 나면 알코올을 뿌려 소독하고, 밥도 각자 먹을 수 있게 준비해주었다.
격리 7일 동안 아픈 것도 싹 나으면 좋으련만 시간이 갈수록 처음에 없던 증상들이 하나씩 추가됐다. 근육통은 점차 사라지는데 속이 메스껍고 설사가 시작됐다. 안 그래도 입이 까끌거려 잘 못 먹었는데 메스껍고 울렁거리니 더 먹을 수가 없다. 스피닝 한 달 반 하는 동안 체중에 변화가 없어서 속상했는데 코로나 감염으로 다이어트가 확실히 되고 있다. 다이어트 광고에서만 보던 일주일 만에 3킬로 감량이 나한테 일어났다. 아픈데 좋은 이 감정, 나 변태인가?
전에 안 잠기던 청바지도 입게 됐다. 남편이 보기 좋다며 이참에 오키로만 더 빼면 되겠단다. 응원치곤 기분 좋게 들리지 않아서 씁쓸하게 웃어넘겼다.
병원에서 위장약을 처방받고 링거를 맞고 왔다. 메스꺼움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속 불편함 때문에 곤욕스럽지만 어쩌겠는가. 남편의 응원에 부응하는 자세로 이번 기회에 확실한 다이어트가 된다면야 감수해야 될 것 같다.
갑자기 닭발, 장어구이가 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