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은 왜 그렇게 꽃을 좋아하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흘려보낸 말은 나를 관통하는 말이 되었다. 꽃 사진도 모자라서 홈웨어도 꽃무늬가 늘고 있으니 말이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속이 울렁거려 음식을 멀리 했는데 토요일에 엄마 집에 오랜만에 방문했다가 엄마가 지어준 간장 제육볶음에 입맛이 돌아온 것 같았다. 엄마는 아프고 기운 없을 때 남이 해 준 밥을 먹어야 기운이 나는 거라고 컨디션이 안 좋아 집으로 바로 가려던 나를 붙잡아 밥 한 끼를 먹여 주었다. 밥은 실제 많이 먹지 않았지만 간장 제육볶음을 상추와 깻잎에 올리고 갓 담가 잘 익은 열무김치 한 젓가락을 쌈장 대신 고기에 올려 먹었더니 이보다 더한 보약이 따로 없었다.
역시 엄마 밥이 최고!
엄마 밥을 먹은 후로 집에 와서도 밥심을 발휘하려고 일요일 점심은 김밥을 말아먹고, 저녁엔 도로 치킨을 배달시켰다. 아직 치킨은 입맛이 돌지 않아 몇 개 안 먹고 포도로 배를 채웠다. 어찌나 배가 부른 지 아파트 단지나 한 바퀴 걸으려고 나왔는데 먼 하늘에 노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걸음을 멈추고 자발적 갇힌 생활을 하며 자발적 곡기를 끊고 지내는 동안 자식 걱정에 심란했을 엄마 생각이 불현듯 났다.
참 신기한 일이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는 엄마만 생각하면 불안한 정서가 불쑥 튀어나와 미운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었다. 엄마도 나도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 서툰 사람들이라 가끔 어색한 기운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진짜 미워서 그런 게 아니란 걸 안다.
엄마들이 왜 꽃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노을 사진을 띄워 글을 쓰며 생각났다. 자녀가 어릴 땐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살림을 하면서도 온통 자식만 바라보며 살았다. 열이 나서 아프면 밤새 곁을 지키며 잠 한숨 제대로 못 자며 아이를 지켰는데 다 키워 놓고 독립시켜놨더니 자기 살길 바쁘다고 부모에게 소홀한 자식에게 마음 놓고 기댈 수도 없었다. 그러니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들꽃 하나가 눈에 띄면 자식 지켜보듯, 자식 품는 마음처럼 카메라에 담고 눈에 담았던 것 아닐까.
치열하게 살았던 엄마 나이를 지나고 있다. 점점 아이들도 내 품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세상을 일구고 싶은지 방에서 나오는 횟수가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