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학당 서평 쓰기 수업을 통해 김민영 선생님을 알게 됐다. 그전부터 선생님의 서평 쓰기 책이라던가, 나는 오늘도 책모임에 간다 등의 독서가이거나 글쓰기에 꽤나 열정 좀 있다는 사람은 누구나 읽었을 책이다. 나도 그 책으로부터 선생님의 존재를 알았고 은근한 팬심으로 아끼는 책이기도 하다.
우연찮게 선생님이 모집하는 100일 치유 글쓰기를 두 시즌에 걸쳐 참가 중이다. 최근엔 인디펜던트워커 모임을 만들어 지난주 2일 금요일에 숭례문학당에서 모임을 가졌으나 안타깝게 나는 참여를 못했다. 모임을 신청해 놓고 핸드폰 캘린더에 기록해 손꼽아 기다렸던 날이다. 이유는 학교 봉사활동 때문이었다.
날씨 때문에 한 주 미뤄진 봉사 일정이 내 자기 계발 모임에 이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날짜가 겹친다는 걸 확인하고 3일 동안 잠을 못 잤다.
톡방에는 초대가 됐고 차마 불참이란 단어를 내 손가락 끝에서 쓸 수 없었다.
모임을 부리나케 끝내고 돌아오면 봉사에 참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리저리 생각을 굴렸는데 도저히 답이 안 나왔다.
전업주부의 삶을 살기 전까지 내 사회 경력이 전문직 종사자는 아니었다. 사회 경력이 중단된 지 14년쯤 되고 나니 어느 직장을 구해 나가는 일에 대한 자신감이 확 줄어들었다. 인디펜던트워커 모임을 신청한 이유가 이것이었다. 직장을 구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은 줄었지만 2018년부터 쌓아 올린 독서라는 기둥에 집을 짓고 싶었던 욕구를 채우고 싶어서다. 김민영 선생님을 비록 오프라인에서는 한 번도 뵌 적 없고 친분도 없지만 그분의 활동을 지켜보며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모임엔 못 갔지만 틈틈이 추천한 책을 읽었다.
인터뷰집이고 각자의 커리어를 쌓은 성공한 인디펜던트 워커들이다. 혼자 일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교본이 아닌 '왜 일하는가', '나는 누구인가'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나는 어떤 세상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가 가장 근본적인 질문(뒤표지 인용)을 던짐으로써 자신만의 리듬을 찾는 과정을 끌어낼 수 있게 된다.
남편의 직업이 정년을 보장하는 일이 아닌 데다가 두 아이들 학업을 뒷바라지하기엔 외벌이 가정으로의 어려움을 간과할 수 없는 형편이다. 내가 당장 어떤 일을 벌이더라도 월 100만 원을 벌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100만 원의 쓰임이 나보다 아이들 교육비에 전부 들어갈 확률이 더 높아 보이지만 전업주부만의 삶에서 프리랜서가 추가된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할 땐 좀 더 쓰임이 많아진 내가 된 듯해서 상상만으로도 자신감이 올라가는 것 같다.
책에 무과수라는 분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쌓은 기록이 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냐는 질문이었는데 '목표나 목적이 없어서 오랜 시간 같은 얘기를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p40'고 했다.
sns에 내 활동 기록을 올리며 궤적을 만드는 일에 은근히 목적을 드러냈던 내가 부끄러웠다. 이게 꼭 부끄러울 일인가 다시 생각해 봤는데 누군가 내 목적을 알아차렸을 순간을 기억하기 때문에 그렇다. 진정 나는 책과 글을 사랑하는가, 프리랜서가 되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가를 구체적으로 그려보진 않았던 것 같다.
막연한 환상을 갖고 대상을 동경하는 일에 심취해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그럼에도 빈 시간 소파에 앉아 책을 한 권 꺼내 읽기 전 토독토독 자판 두드리는 이 시간과 공기가 좋은 걸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