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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밥 Nov 10. 2020

결국 지나갔다

어쩌다 글을 쓰기로 했을까.

이제나 저제나 언제 책이 나오냐고 묻던 남편의 외삼촌은 더 이상 안부를 묻지 않는다.

올해 여름 독서모임 사람들과 공저한 책이 나왔다. 모임 이름을 제목 그대로 써서

<책에 나를 바치다>라는 9명의 삶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 경험이 곧 글이 된다는 것에 아직도 이의가 없기에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중

생각이 깊어지는 것들을 모아 글을 쓴다.

글을 쓴다고 하면 뭔가 근사하게 기고하며 조금이라도 수입이 발생할 것 같지만

나는 아직 그런 위치에까지 이르지 못하는 애송이라고 할 수 있다.

욕심 내어 개인 저서를 준비한다고 작년에 80페이지에 달하는 원고를 썼다.

그냥 쓰라는 대로 썼는데 퇴고에 이르러 길이 막혔다. 지금에서야 내가 쓴 글이 병렬식이어서 

가독성이 좀 떨어지는 느낌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손에서 놓지 않고 이토록 질질 끌면서까지

책이 나오길 간절히 바라는 이유는 딱 하나.

"나를 알리고 싶다."

그렇다. 나를 알아봐 주길 바란다. 세상이, 사람들이 나란 사람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나처럼 전업주부라는 틀을 깨지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끝장 날 것 같은 나 같은 사람도

목표를 갖고, 엄마의 인생만 사는 게 아니라 오롯이 내 인생도 이끄는 리더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번 브런치 작가 프로젝트를 눈여겨봤다.

이 브런치 작가는 또 어떤가.

블로그 방문자수에 연연하던 나는 어느 날 브런치 작가를 알게 된다. 이건 또 뭐지? 여기는 

블로그랑 또 다른 세상이다. 승인된 사람만 글을 쓸 수 있는 특별한 공간. 이 공간에 입성하려고 

세 번 도전만에 들어왔다. 매일 브런치에 살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거의 방치 수준이다.

브런치를 키워보려고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한 번 해봤는데 유튜브 맞구독 느낌이 나한테는 강해서

뭔가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것 같지 않았다. 한 달 하고 그만두었다. 그 뒤로 브런치에 한 번도 글을 쓰지 않았다.


브런치에서 10개의 출판사가 지원하는 올해 마지막 출간 프로젝트가 또 눈에 들어왔다.

내가 아는 한 대형 출판사들이고 집중해서 공모하면 나한테 운이 닿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 그리고 공모 기간은 끝났고 나는 아무것도 안 했다.


그래.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한 일 앞에 생각하는 시간으로 모조리 잡아먹고

결국엔 성취하지 않는 미련한 사람. 이런 나를 바꿔보자고 다짐하며 3년간 치열하리만큼 좋은 책 가려가며 읽었는데. 어이없다.


책만 읽다 인생 끝날것 같아서 뭐라도 결과물을 남기자는 욕심과, 내 경험의 시간을 누군가 공감해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내 인생의 선물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한 책 쓰기는 아직도 퇴고의 벽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내가 나를 괴롭히는 전형적인 지질이다.


'내가 가야 할 길은 어딘지.'

'어떻게 살 것인지. '

고민한다는건 앞으로의 삶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거겠지.

출판사지원공모는 못했지만, 다시 퇴고하는 원고가 빛을 발할때까지 칭얼대지말고 최선을 다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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