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을 넘었고 수도권에는 병상 부족으로 더욱 심각단계다. 내가 사는 지역의 어느 종합병원이 병원 전체를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내놓기도 했다. 지역에선 몇 되지 않는 의료시설이라 일반 환자들의 진료를 걱정하는 말도 나온다. 여하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감염병 앞에서 누구 하나 자유로울 것 없다는 건 막 태어난 아기에게도 적용될 만큼 슬프고 답답한 현실이 되었다.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도 그렇다. 껌뻑하면 등교 중단, 온라인 학습, 쌍방향 수업이 이루어지는 곳보다 TV 시청과 온라인 클래스에 담임선생님이 링크해주는 매번 다른 선생님과 수업하는 수업 영상으로 교과수업을 따라간 1년이 익숙해지고 있다. 처음엔 영상 시청을 잘하는지, 딴짓하진 않는지, 수업 진도는 어디 나가는지 체크했고 궁금한 건 하루에도 두세 번 담임선생님한테 문자나 전화를 했는데 익숙해짐이 무뎌짐으로 번져서 이젠 시간 되면 노트북이랑 TV 켜서 자리 착석까지만 확인하고 내 방에서 책을 보고 커피 마시는 자유시간을 누렸고 온라인 모임도 하나 정도는 거뜬히 해낼 수도 있었다.
너무하다 싶게 무뎌진 나 때문에 이제 곧 6학년이 되는 아이의 공부가 제일 걱정이다. 집 공부를 열렬하게 지도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맡겨두었더니 최근 그나마 학교에서 수업받을 때 제대로 필기를 안 해서 교과서 문제풀이를 보니 아주 엉망진창 난리도 아니다. 학습을 간헐적으로 하는 아이라 기본이 탄탄하지 못하다. 엄마가 자기 계발한답시고 내 우선순위에서 아이들을 뒤로 미룬 것이 미안해졌다. 아이 앞에선 대체 수업은 듣긴 한 거냐고 잔소리 발사를 했지만... 그 잔소리는 솔직히 내가 들어야 하는 소리 같다. 오늘 오랜만에 엄마 잔소리 한 사발 먹은 아이는 닭똥 같은 눈물로 나를 원망했을 것이며, 그 눈물을 보는 나는 코로나를 핑계 삼아 원망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 빌어먹을 게으름...
모두가 똑같은 위기라지만 오늘따라 우리 집에 감도는 집 공부 위기로 올 한 해 중 역대급으로 불안함이 치솟는다. 내년부터는 학습지도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같이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도 하면서 말이다. 이참에 영어공부의 한을 좀 풀어볼까, 못다 한 퇴고를 완성할까.
애들한테 매일 습관형성이 안되었다고 잔소리 날렸지만 사실 누굴 닮았겠는가. 아직도 퇴고 안하고 딩가딩가 딴짓하며 시간 축내는 나 닮은게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