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엄마 생활을 후회합니다

이런 엄마 나만 그런 거 아니죠?

by 책사랑꾼 책밥

지난 1년간의 엄마 생활을 후회합니다.

2020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매일 곱씹는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육현장은 4차 산업, 미래교육을 운운했던 것과 다르게 학교나 교사들의 역량과 준비 상황이 천차만별이었다. 대응하는 학교를 못미더운 눈으로 바라보는 부모는 학원이나 학습지등으로 대체하기 바빴다. 그러나 나는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학습지를 끊어버렸다. 매일9시부터 시작되는 온라인 클래스에 접속하여 스스로 출석 체크하는 딸이 믿음직스러웠다. 5학년 되더니 혼자서도 잘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포스트잇이나 달력, 다이어리에 시간표를 적고 수업 영상을 보며 노트에 정리도 했다. 이런 상황이 올 줄 모르고 신청했던 엘리하이 인강은 지금 온라인수업을 보충 해줄 거라며 아이에게 적극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아이에게 학업에 관해 타이트한 스케줄을 돌리는 엄마는 아니다. 모든 엄마들의 바람처럼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득 품은, 속은 욕심 있는 엄마인 것은 분명하다. 온라인 학습은 알아서 척척 하기에 잠시 엄마 역할을 방관했다. 오전에 아이들이 학습하는 동안 읽고 싶은 책을 읽었다. 방문을 열어 놓고 딴 짓을 하지 않는지 틈틈이 감시하면서. 그러다 방문을 닫았고 아이들에게 믿음이 커지면서 온라인 모임을 들어간다. 처음은 독서모임이었고 이어서 바로 글쓰기 합평모임을 시작했다. 그것도 강남에서 매주 이뤄지는 모임이었다. 매주 목요일마다 서울을 오가는 일은 내게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아이들 점심을 미리 챙겨놓고 8시50분에 집을 나와 모임이 끝나 집에 돌아가면 3,4시경이다. 그사이 오전에는 각자의 온라인 학습을 마치면 내가 준비해놓은 점심을 둘이 챙겨 먹는다. 그리고 엄마가 올 때까지 자유시간이 된다. TV를 보고, 게임을 하며 시간을 즐긴다. 내가 없는 동안 교과목 숙제를 따로 내주거나 문제집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풀어놓으라는 지시도 없었다. 그날만큼은 서로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것으로 생각했다.

날개는 오래가지 않아 힘을 잃기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내가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처음엔 알지 못했다. 알지 못한 게 아니라 알고 싶지 않았다. 아이보다 나에게 더 집중하고 싶었다. 내 시간, 내 공간, 내 미래만 생각하고 싶었다. 자기계발 한답시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아이들 학업은 날로 뒤처지고 있었다. 얘네 들은 엄마가 자기들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느꼈을까 아니면 공부하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좋았을까?

아무리 내 자기계발이 더 좋았다지만 이대로 가다간 내 새끼들 바보 만들기 딱 좋아 보여서 정신차려보니 큰일도 아주 제대로 터졌다. 아직 학교의 학사일정은 남았으나 3월 개학 전에 복습을 한 달간 훑고 실력 검증을 시도해보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5-2학기 수학 첫 단원 올림, 버림, 반올림부터 개념을 전혀 모르고 있다. 매일 한다던 연산은 언제부터 안 풀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직접 문제집을 검수하지 않는 내 탓이지. 그동안 스스로 했다고 큰소리친 온라인학습은 뭐였는지, 드문드문 갔던 학교에서 치렀던 평가는 늘 자신만만했었는데 이상하다.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 좋을지 난감하다.

평소 블로그에서 소통하는 현직 교사에게 텔레파시로 도움을 청한다. ‘선생님, 문제집 정보좀... 선생님, 우리 아이 수학 살릴 수 있을까요?’

텔레파시가 닿았는지 인스타에서 라이브방송으로 학년별 교과서를 훑어 준다는 소식이다. 선생님의 라이브 방송은 육퇴후 밤10시 30분에 시작되었다. 방학 동안 어떤 복습을 해야 하고 문제집은 어떤 정도의 것을 골라야 하는지도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라이브방송을 보는 전국의 학부형들이 댓글로 알려주는 정보도 꼼꼼히 메모했다. 그리고 다음날 서점을 갔다.

아이들 수준을 고려한 문제집 두 권을 사고 나오는 길 생각했다. 이번만은 포기하지 말고 꼭 공부 습관좀 잡자고, 아이보다도 내가 먼저 지쳐서 또다시 방관하는 엄마가 되어 똑같은 후회 하지 말자고.

문제집을 받아 본 아이들의 반응을 살폈다. 하루4쪽씩 풀게 되어 있는 교재였는데 풀어보기도 전에 겁먹은 눈치다. 달리기를 해야 하는데 스트레칭 없이 달리면 어떻게 되겠냐고 물었다. 발목도 아프고 숨이 금방 차서 달리기 싫단다. 우리는 그동안 스트레칭도 안했고 달리지도 않은 거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서로 노력하자는 말로 마무리 했다.

오후가 되어 잠이 솔솔 올쯤 읽다 만 책을 들어 소파에 앉아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를 돌이켜 봤다. 자기계발 한다고 읽은 책들이 지금 무슨 소용인가. 내가 좋다고 시작한 일(독서, 글쓰기)은 다 잘하고 있지도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만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게 웃겼다. 지금 당장 합평 모임에서 주눅 들어 힘들어 하는 나를 아이들한테는 철저히 숨기면서 너희들은 공부가 재미없고 힘들지만 이겨내라고 말하는 이중 잣대가 스스로도 견디기 어렵다.

두 아이는 각자 뭔가 열심히 하고 있다. 한 놈은 그림에 집중했고 다른 한 놈은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 시키고 있다. 그리고 나한테 말을 건다.

“엄마, 오늘 저녁은 뭐야?”

엄마 역할로 돌아갈 시간이다. 후회하는 시간 말고 아이들에게 조금 더 솔직한 엄마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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