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몇 봉지 끓였어? 쌀떡이야 밀떡이야"
"한 봉지. 쌀떡이야."
"어묵은 몇 장 넣은 거야?"
"네 장"
"소스는 뭐 들어갔어? 조미료 뭐야?"
"고추장, 올리고당, 설탕 조금. 끝인데?"
"그런데 이렇게 맛있다고? 굴소스 넣었나 본데?"
"아닌데. 떡볶이에 굴소스 안 넣어."
남은 국물에 밥을 비벼 먹으려고 준비하던 남편이 싱크 대위에 꺼내 있던 굴소스 발견.
"굴소스 여깄네. 넣었나 본대?"
"아니라니까."
"근데 왜 여깄어?"
"계속 꺼내 있었고 떡볶이엔 안 넣었다고 말했는데?"
(슬슬 화가 남. 내 말을 안 믿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중.)
"꺼내 있었는데 안 넣었다고 하면 되지 왜 자꾸 그래? "
"나 의심하냐? 안 넣었다고 몇 번 말해. 말해도 안 믿고 왜그래?"
!@;%%?.*%~^(?!@~^^(고성 오고 감)
이럴 줄 알았지.
하루가 이상하게 편안히 지나간다 했지.
갑작스럽게 바다 보러 가느라 왕복 운전하면서 무릎 아프다던 모습이 짠하게 여겨졌다가 떡볶이 하나로 사소한 거에 목숨 거는 모습에 짜증 10000%가 상승됐다.
소리를 지를 상황도 아닌데 버럭 한 내가 스스로도 제어가 안된 아주 극으로 치닫은 분위기에 아이들도 놀란 눈으로 우리 둘을 번갈아가며 보고 있었다.
"말을 말자 말어. 조용히 해. 말하지 마."
남편은 화가 나서 씩씩대며 먹으려던 밥을 마저 먹고는 티브이를 켰다.
그러는 사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은 감정을 추스러보려고 이런 생각을 했다.
내 대응이 과했나? 이 공간을 벗어날까?
의미부여가 심한 건 아닌가? 애들한테 또 안 좋은 모습을 보였네... 이런. 우리 부부는 대체 왜 이럴까... 등등 남편 뒷모습을 흘낏거리며 차오르는 모든 감정들이 심장을 뒤흔들고 있었다.
당장은 서로의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이럴 때 내방이 있었다면 그곳에서 걱정을 싸매든, 울든 말든 뭐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어제, 오늘, 하루, 이틀 싸우지 않은 것도 아닌데 매번 사소한 데서 일어나는 싸움이 지겹고 힘겹다. 살면서 싸우지 않는 부부가 있을까? 있겠지? 그렇다면 그들은 인품이 좋아서일까, 모든 환경이 투덜거림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완벽을 갖춘 것일까.
남편과 다툼이 일어날 때마다 솔직히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와 자주 다투고 미워하고, 상처 입은 나였을 때가. 엄마도 남편도 나를 사랑하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은 할 거다.
무시당하고, 지적받는다고 느껴지는 게 너무 싫었다. 내가 알아서 하고 싶은데, 내버려 두면 좋겠는데 일일이 간섭하는 게 지적받는 기분이라 싫은 것 같다.
저녁으로 떡볶이는 맛있게 먹었지만 그 뒤의 아주 매콤했던 부부싸움. 크림소스만큼 부드러워질 우리 관계는 희망이 아직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