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냄새

진한 콜드크림

by 책사랑꾼 책밥

*


“엄마 얼굴은 기억나요?”


“아니요.”


“말이 되요? 범인 얼굴을 기억난다면서 어떻게 엄마 얼굴이 기억안나요?”


“엄마 얼굴은 말고 엄마 냄새는 기억나요. 엄마랑 마지막 날 엄마가 토를 했나봐요.


방에 농약 냄새가 가득했어요.


"제가 그 냄새 좋아해서 여기 살아요"




마지막 날, 그때 되게 따뜻했어요


잠들기 전... 아주 잠깐 느꼈었는데..


그 순간이 제일 좋았고.. 자주 생각나요 .”


"그거 뭔지 알아요.. 엄마 냄새"




저도 제일 좋아하는 엄마 냄새가 있거든요


꿉꿉한 목욕탕 냄새..


어릴 적에 우리 엄마


목욕탕에서 때 밀었거든요




엄마가 젖은 머리로 퇴근하면


그 냄새가 진동했어요 작은 방에..






청년과 헤어져 가는데 멀리서 숨차게 청년이 뛰어 쫓아왔다. 기자님 온다고 사놨던 캔커피를 전해주러 멀리까지 뛰어온 청년을 보고 기자는 또 뭔가가 치고 올라온다.


“괜찮은데, 그냥 마시지 그랬어요. 아까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던데.”


청년은 이렇게 답한다.


“아니에요. 저는 원래 아무것도 없어요.” 청년의 말이 박기자가 참아온 그리움과 설움이 한데 뭉쳤는지 결국 오열했다. 과거 엄마와의 기억에...


<날아라 개천용> 드라마 대사 中


**


엄마냄새.


누구나 기억하고 살아야 할 것은 아닌데 드라마를 보고 기억해봤다. 우리 엄마 냄새를.


엄마는 살이 희고 보드라웠다. 짧게 자른 정갈한 손톱, 짧은 머리, 애들 넷을 씻기고 입히고 집안일을 끝내고 자기전 바르는 콜드크림 냄새다. 하루에 묵은 감정을 씻어 내듯 가운데 손가락을 푹 찍어 얼굴에 바르고 양볼에서 시작해 이마 턱까지 골고루 문지르는 엄마 모습을 찾아냈다.


외출할 때도 특별히 진한 화장을 하지 않고 수수하고 단정한 옷차림이었던 엄마. 어느날부터 입는 옷이 거의 똑같아졌는데 그 땐 몰랐다. 왜 옷을 사지 않았는지.




딸둘을 키우고 있는 엄마 입장에서 가끔 아이들이 날 끌어 안으며 엄마가 너무 포근해서 좋다는 고백을 받으면 농담으로 엄마 뱃살 때문이라고 받아친다.


“우린 뱃살 모녀들이야.”


까르르 한바탕 웃고 나면 어느 한 켠 엄마 품이 그리울때가 있지.


왜 그렇게 살갑게 굴지 못했는지, 후회와 미안함이 생기다가 깜빡이 없이 훅 들어오는 엄마의 직구가 또 아파서 같이 큰 화살을 날렸던 나.


나는 엄마한테 하지 못한 것을 아이들이 나를 사랑해준다.



#브런치북라디오#나도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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