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엄마가 뭘 물어보면 '몰라' 한 마디밖에 몰랐다. 진짜 몰라서도 그랬고 말하고 싶은데 어떻게 표현해야 좋은지 어려워서 일관되게 대답했던 것이다. 그러면 엄마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왜 매번 몰라. 대충 대답 좀 하지 마.'
스무 살부터 직장 생활을 했다. 숙맥 같던 내가, '몰라'를 가장 많이 말하던 나는 직장에서 내 의견을 말해야 한다. 처음엔 시키는 일만 했다. 얘는 아무리 가르쳐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일했다. 한 직장에 최소 3년씩은 근무했고 다행히 일처리 속도가 빨라서 일 못한다는 말은 듣지 않았다. 모른다고 하면 무시할까 봐 없는 야근을 만들어가며 일했다. 두 번째 직장에서는 조금 나아졌다. 물론 열심히 하라는 일을 했지만 점점 하기 싫어졌다. 스물일곱 무렵이 되어서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 졌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실수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먼저 앞섰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십여 년이 지나 마흔 중반이 되었다. 뒤늦게 나를 찾고 싶어진 나는 다시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 졌다. 찾아가는 중이라고 해야 옳겠다. 여전히 실수하면 어떡하나 걱정을 덜어낼 수 없어 불안하다. 남들은 그런 나를 보고 자기 검열을 그만해라, 자기 비하를 하지 말라고 한다. 위로인지 응원인지 모를 그런 말로.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 부담스러워진 건 올해부터다. 분명 그 말 안에는 '나 잘하고 싶어' '성공할 거야' '응원해줘'라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개인적 견해)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는 나를 완전히 책임질 수 없어졌다. 나로서는 집안일보다 책 읽기가 우선이었고, 아이들 챙기는 일과 글 쓰는 시간을 쪼개어 글 쓰는 일과 그에 따르는 일에 시간을 더 썼다. 낮밤으로 이어지는 독서모임으로 집을 자주 비웠고, 온라인 모임일 때는 아이들이 나를 기다리다 자는 일이 많아져서 잠자리 책 읽기가 끊어진 게 벌써 2년이나 되었다. 책 한번 내보겠다고 남편이 지원해준 비용, 책 읽으라고 배려해준 시간. 그러나 지금 명함 하나 내밀수 없다. 그냥 전업주부가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수준이라고밖에 말 못 하겠다.
너무 입 밖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떠들고 다닌 게 아닌지 후회된다. 꽁꽁 숨기고 있다가 '짠!'하고 나타날 걸. 그동안 너무 티 내고 다녔다.
그런 의미에서 열심히 하지 않을 거다. 그렇다고 미룬다는 얘긴 아니다.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서 뭔가 하고 있다는 걸 끊임없이 인증하는 일을 하지 않을 거다. 내 마음에서 들리는 소리를 집중해서 들으련다. 다른 사람이 뭐 때문에 잘 나가고 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을 거다. 괜히 배 아프고 질투 날 거 같다. 오로지 나와 가족만을 돌보며 하고 싶은 일, 쓰고 싶은 글을 쓸 거다.
전에 브런치 조회수 타령하는 글을 한 번 썼는데 그때 이후 매일 10을 웃도는 조회수가 나온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그 이상을 만족하는 글이 아니어서 아직 브런치가 나를 메인에 노출시켜주지 않는 거다. 괜찮다. 열심히 하지 않을 거니까.
너무 잘하려고 하면 실수가 이어지는 법이다. 지금은 마음을 내려놓고 원래 하려던 일을 완성하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열심히 하지 말고 마음을 비워 여유롭게 완성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