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여름 방학이 2주가 되었다. 아무리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기로서니 방학이고 뭐고 구분 안 간다고 투덜댄 걸 후회한다.
방학에 1학기 복습, 파닉스 공부를 시키려고 잔뜩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솔직히 마음은 그랬다.
그래. 까짓 거 나름 방학인데 일주일은 놀아라. 큰아이는 학원도 연달아 방학이니 이틀은 우리 놀러 가자고 서울 큰 이모 집에 데려갔다.
서울이나 여기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이기 때문에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우리의 선택지는 없었다. 큰 이모 집은 또 얼마나 더운지 방 3개 작은 빌라에 10평 원룸에서나 쓸만한 벽걸이 에어컨 하나로 버텨야 했었다. 몸에서 옥수수 쉰내가 진동을 하며 더워서 깨보긴 처음이었다.
큰 이모 집을 다녀온 뒤로 마음만 계획이었던 그것들을 했어야 했다. 여전히 마음만 갖고 우린 매일 집콕 중이다. 집콕이라고 별게 있느냐. 원시적인 일상생활만 이어간다. 아파트 놀이터라도 나가서 놀다 오라고 해도 더워서 싫다, 코로나에 왜 밖에서 놀아야 되냐, 집이 편하다, 만화만 봐도 괜찮다며 극구 외출을 삼가는 아이. 그 와중에 SNS에는 계곡, 강원도, 제주도 할 것 없이 놀러 다닌 사진 인증이 넘쳐난다.
나도 점점 무기력해져 간다. 1일 1 브런치 하겠다고 선언한 뒤 일주일 1 브런치가 되는 것 같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흔들려서야.
글 쓰는 것도, 책 읽는 것도 시들하다. 남의 글에서 오타와 문장 구조의 어색함을 체크하기 바쁘고 내 글은 좀처럼 쓰질 않는다. 벌써 몇 개월짼가.
읽히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구름산처럼 부풀어 오르기만 한다.
방학 2주가 되어서야 엄마로서 정신을 차려진다. 미뤄둔 복습을 하려고 문제집을 꺼내 오늘 한 분량을 정해주었다. 필사하는 내 앞에 앉아 4번까지 문제 풀고는 벌써 힘겨워하는 딸의 모습을 보는 게 나도 힘겨워지려고 한다.
겨우 연필을 쥐고 문제를 풀던 딸을 가만히 보니 연필심이 거의 남아 있지 않는 걸 붙들고 있다.
어휴, 답답해. 마음의 소리를 내뱉을 뻔했다.
"칼 좀 가져와봐. 엄마가 연필 깎아줄게."
휴지 한 장을 깔고 연필심을 다듬는데 한마디 했다.
"나 이거 안녕 자두야에서 봤는데. 자두 엄마도 이렇게 깎더라."
어 맞아. 자두 엄마랑 나랑 아마 나이가 비슷할걸?
"근데 엄마 왜 자꾸 한숨을 쉬어요?"
어, 그게. 그냥 숨 쉰 거야.
마음의 소리를 또 내뱉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