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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함’이 아니라 ‘좋아함’이 만든 삶

by 김진수 밀알샘

"잘하는 일을 하면 자존심이 높아지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잘하는 일을 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남들처럼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남과 비교하거나 경쟁하지 마세요.

누가 뭐라 해도 묵묵히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면 됩니다.

-나태주 《너를 아끼며 살아라》 중에서"



저는 어떤 일이든 ‘잘하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에 늘 더 마음이 갔습니다.


32살이던 2012년 독서를 시작했고, 36살에는 블로그를 통해 글쓰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7살, 처음으로 출판을 통해 책을 내며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강의, 유튜브, 콘텐츠 제작 등 제가 좋아하는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가 특별히 잘해서였다기보다는, ‘도전하는 과정’ 자체를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하얗던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져 가며 자존감 역시 함께 자라났습니다.


《독서 교육 콘서트》를 집필할 때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독서교육을 잘해서 쓰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독서교육을 소개한다는 마음으로 쓰자. 공부하면서 쓰고, 쓰면서 공부하면 된다.’

이 전략은 통했습니다. 쓰는 동안 제 교실은 어느새 독서교육으로 물들었고, 그 경험이 또 자연스럽게 책의 사례가 되었습니다. 결국 저를 끝까지 버티게 한 힘은 ‘잘함’이 아니라 ‘좋아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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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는 말했습니다.

“당신이 정말 좋아하고 흥미 있는 일을 한다면, 어떤 강요도 필요 없다. 비전이 당신을 인도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강조했죠.

“Just keep looking, don’t settle.”

안주하지 말고,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는 말입니다.

책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유 글쓰기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소재’를 먼저 발견해야 합니다. 좋아하는 것은 글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2017년부터 지금 2025년까지 어느덧 8년이 흘렀습니다. 책 쓰기 나이로 치면 이제 겨우 8살입니다. 돌아보면 힘들었다기보다는,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펼쳐갔기에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사이 제 개인 저서는 5권, 공저는 16권이 출간되었고, 곧 3권이 더 나올 예정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든 책도 10권이 되어갑니다.

각 책마다 그 시절 제가 좋아했던 관심사가 담겨 있습니다. 관련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한 권의 책으로 엮여 있었습니다. 제 일상은 자연스럽게 ‘책 쓰는 삶’이 되었습니다.


책은 이렇게 세상에 나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뭐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거기서 시작합니다.

→글이 쌓입니다.

→글들을 유목화 합니다.

→주제가 잡혔습니다.

→관련 제목도 만들어봅니다.

→초고가 완성되었습니다.

→퇴고합니다.

→어느 정도 원고의 기틀이 잡혔습니다.

→출판사 이메일을 조사합니다.

→출판사에 투고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옵니다.

→연락온 출판사중에서 내 글을 가장 돋보이게 해줄 출판사를 선택합니다.

→계약을 맺습니다.

→출판사 편집자와 함께 진짜 퇴고를 합니다.

→몇 차례 수정된 원고가 오고 갑니다.

→어느 날 편집된 본문 PDF를 받습니다. 책스럽게 편집이 잘 되었습니다.

→표지 후보도 받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결국 온라인 서점, 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지나며 우리는 ‘작가’가 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한 권의 책이 되어, 새로운 삶을 열어줍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언제나, 오늘의 한 페이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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