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삶은 ‘표현’이라는 언어로 쓰여진다

by 김진수 밀알샘


KakaoTalk_20251007_205328740.jpg?type=w773
제가 좋아하는 일은 ‘표현’하는 것입니다. 글을 쓰는 일도 그 범주 안에 들어갈 테고, 강연을 하는 것도, 작곡을 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카페를 운영하는 일 역시도요. 사람들이 카페에 와서 느꼈으면 하는 감정들과 카페 안에서 커피와 빵 그리고 더욱 편안하게 여유를 즐겼으면 하는 마음을 저만 의방식을 통해 공간으로 표현해내는 이 일이 종습니다. 또한 제가 생각하는 가치를 출판이라는, 콘텐츠라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읽는 이 그리고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 위로, 영감, 감동을 느끼게 하는 일 역시 정말 즐겁고 좋습니다.

- 김상현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중에서


김상현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공감되는 지점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제목이 참 멋있지 않나요?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표지 앞에는 작은 빈칸 하나가 있고, 그 안에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적도록 해두었더군요. 마케팅 센스에 절로 박수가 나왔습니다.


책을 넘기다 위 문장을 보고 잠시 멈춰섰습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 역시 좋아하는 일의 중심에는 늘 ‘표현’이 있었습니다. 출판을 통해, 유튜브를 통해, 블로그와 브런치, 그리고 음악을 통해 — 저는 다양한 방식으로 제 생각과 감정을 밖으로 꺼내는 일을 좋아합니다.


최근에는 지역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에세이로 쓰고, 그 글을 노래 가사로 바꿔 랩으로 만들고, 지역 음악가의 도움을 받아 무대 공연까지 이어지는 4개월짜리 프로젝트, 이름하여 “리듬 위의 내 이야기”. 6월 11일부터 9월 20일까지 꽤나 진한 여정을 함께했습니다.


제가 쓴 이야기는 학창시절 ‘음악’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나를 붙잡아주고 위로해주던 순간들을 하나씩 꺼내어 스토리로 엮었습니다.



나비가 되고 싶은 아이에게 노래가 건넨 날개 /김진수


어린 시절, 나는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꿈을 키워갔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멜로디, 거리에서 들리던 노랫소리, 엄마의 흥얼거림 하나까지도 내 마음에 작은 불씨처럼 남았다.

좋은 노래를 발견한 날엔 밤새도록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잠들 줄도 몰랐다.

그렇게 음악은 나의 하루를 물들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나를 꿈꾸게 만들었다.(꿈꾸게 했다.)


그중에서도 잊히지 않는 한 곡이 있다.

윤도현밴드의 <나는 나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그 노랫말은 어린 나에게 마치 주문처럼 다가왔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어 세상을 탐험하고 싶은 마음이 가슴 속에서 펄럭였다.

그러나 현실 속의 나는 마치 애벌레처럼 기둥을 오르내리는 신세였다.

하고 싶은 일은 많았지만 용기가 없었고, 세상은 너무 넓고 낯설기만 했다.


바로 그때, 이 노래가 나에게 다가왔다.

지쳐 주저앉은 나에게 “너는 언젠가 날아오를 수 있어”라고 말해 주는 듯했다.

작고 초라한 존재라도 언젠가는 날개를 펼칠 수 있다는 희망.

그 희망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고, 힘든 시절을 견디게 해주었다.

음악은 그렇게 나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누군가에게 내 삶을 노래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나비가 되어줄 수 있을까.

길을 잃은 이에게 작은 날갯짓 하나로 용기를 건넬 수 있을까.

나는 그날의 나처럼 방황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너도 곧 날 수 있을 거야. 지금은 애벌레처럼 보일지 몰라도, 너의 날개는 자라고 있어.”





이 스토리를 랩 버전 노래로 표현하였습니다.




<나는 나비, 나는 fly> _ 김서방


어릴 적 라디오 틀면 내 맘이 설레

좋은 노래 나오면 밤새 귀에 달래

이어폰 꽂고 눈 감고 상상해

세상을 날아다니는 나비가 된 내 모습


윤도현밴드, <나는 나비>

그 노래 듣고 나도 다짐했지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아”

그 말이 내 맘속 불씨가 돼 살아


근데 현실은 기둥 옆 애벌레

위만 바라보며 매일매일 헤매

높이 날고픈 맘에 발버둥쳐

그때 그 노래가 내 맘을 어루만져


나는 나비, 나는 fly

세상 위로 높이 high

음악 덕분에 날 수 있었지

이젠 내가 그 힘이 되길 바래, 진심이지


지쳐서 쓰러진 날 깨운 노래

작은 목소리가 준 희망의 조각에

다시 일어나 두 팔 벌려 봤지

내 꿈은 아직 끝난 게 아냐, 맞지?


이제는 내가 그 노래가 되고파

누군가의 밤에 작은 등불 하나

말없이 손을 잡아주는 그런 vibe

힘든 사람에게 날갯짓하는 라이프


나는 나비, 나는 fly

세상 위로 높이 high

음악 덕분에 날 수 있었지

이젠 내가 그 힘이 되길 바래, 진심이지


애벌레였던 나, 이젠 날아

노래와 함께 미래를 향해 가

어디선가 듣고 있을 너에게

“너도 곧 날아, 믿어, 절대 포기 말아”




이번 “리듬 위의 내 이야기” 마지막 공연은 제게 아주 특별한 ‘표현’의 순간이었습니다. 무대 위에는 16명의 시민 래퍼들이 함께 섰고, 대부분 무척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달랐습니다. 긴장보다는 설렘이, 두려움보다는 행복감이 훨씬 더 컸습니다. 행복지수 100. 마음 편히, 전혀 떨림 없이 무대를 마음껏 즐겼습니다. 예전부터 꿈꾸던 공연 현장이었고, 대학 시절 경험했던 공연과도 또 다른, 훨씬 자유로운 시간이었습니다.


KakaoTalk_20251007_223341841.png?type=w773



‘표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하고 싶은 말이 끝이 없습니다. 돌아보면 제 삶의 대부분이 곧 ‘표현’의 역사였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썼던 글들이 지금은 책 속의 소중한 재료가 되었고,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한 권의 책 속에서 맞물릴 때마다 마치 퍼즐이 완성되는 것 같은 희열을 느꼈습니다. 책 쓰기는 그런 면에서 모든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삶의 재료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니까요.



4개월 동안 저는 ‘래퍼’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의 감정과 열기는 지금 이렇게 글이 되어 또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방식으로 나 자신을 표현하게 될지, 그 생각만으로도 오늘 하루가 기대됩니다.


https://youtu.be/5bRmXwKSAqs?si=aUZ5rG0A_rqqyfV9

ChatGPT_Image_2025%EB%85%84_10%EC%9B%94_8%EC%9D%BC_%EC%98%A4%EC%A0%84_12_15_35.png?type=w773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조용한 선물, 깊은 울림(feat. 본교 공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