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이란 세상의 손을 잡는 일입니다

by 김진수 밀알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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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이란 세상의 손을 잡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 깊고도 넓은 문장을 이해해야 합니다.
동물과 식물에만 생명이 있는 게 아닙니다.
움직일 수 없는 산과 돌,
형체가 없는 바람에도 생명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많은 사물에 마음을 담은 생명을 줘야
내가 볼 수 없었던 세계를 만날 수 있고,
세상을 사랑한다는 게 어떤 건지 알게 됩니다.

세상에 더 자주 손을 내밀어 주길,
무언가에 생명을 부여한다는 건,
가장 적극적으로 나를 사랑하는 일이니까.

- 김종원 <생각 공부의 힘> 중에서

"진수야, 요즘은 무슨 생각하며 지내니?"
대학생 시절, 저의 신앙 멘토인 한 선배님이 위와 같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저는 한참동안 곰곰이 생각하곤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잘 모르겠어요."
그날 뒤로 '나는 요즘 무엇을 생각하며 지내고 있는지.' 자신에게 계속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그런 질문을 해온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그저 이런 질문이 거의 대부분 이었지요. 답변도 단순합니다.
"진수야. 잘 지내니?" => "응, 잘지내"
그런데 제가 생각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니 더욱 '생각'하는 것을 듣고 관찰하게 됩니다. 제가 저의 생각을 경청하게 된 것이죠.

Episode 1.
어느 날 이었습니다.
1173년 8월 9일 착공 시에는 수직이었으나, 13세기에 들어 탑의 기울어짐이 발견되었다던 이탈리아의 피사의 사탑의 사진 한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image_1543442901510775497215.jpg?type=w773 출처 : https://goo.gl/JhRjdX


가만히 보고 있는데 문든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저 피사의 사탑이 기울어져 있는 것이 맞는 것인가? 혹시 보는 내 관점이 기울어져 있어서 피사의 사탑을 삐딱하게 보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제가 만약 피사의 사탑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이 세상이 모두 기울어져 보일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피사의 사탑의 사고를 갖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나의 명제에 이르자 더욱 중심을 잡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색을 통해 세상의 손을 잡은 순간인 것 같습니다.

Episode 2.
2017년 10월 말 담양 무월마을 캠프 인솔을 갔을 때 입니다.
대나무 통밥을 만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속이 텅 빈 대나무 통을 받고선 그곳에 넣을 재료들을 조금씩 추가 했습니다. 서서히 가득 채워졌습니다. 이를 쪄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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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업을 하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저 평소 해보지 못한 경험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는데 그와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도 이와 같다는 생각.
'우리의 일상은 대나모 통처럼 그저 비어있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내가 어떤 의미를 담느냐에 따라 맛있는 것으로 가득찰 수가 있다. 내가 어떤 것을 넣느 냐에 따라 하루의 맛이 달라진다. 나는 더욱 긍정의 재료들을 내 일상에 담아 깊은 의미가 드러나도록 가득 채워야겠다.'
더욱 그 뒤로 사색의 눈이 조금씩 떠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안에서 사소한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의미덩어리로 제 주변에 멤 돌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부단히 메모하고, 생각한 것들을 키워드 형식으로 압축하여 기억하기 시작했습니다.

Episode 3.
2017년 5월 9일. 아산 생태공원에 놀러가서 추억의 시간을 갖었습니다. 볼거리가 많아서 아이들과 다녀오기에 딱이었습니다.
한바퀴를 신나게 돌고 나오는데 한 팻말에 봄의 전령사인 '영춘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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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까지는 이런 꽃이 있는 줄을 몰랐는데 이 말이 저를 붙잡았습니다.

모든 꽃으로 하여금 이제 꽃을 피워도 괜찮다

고 알리는 봄의 전령사의 역할!
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히 개나리와 똑같아 보이지만 꽃잎의 숫자가 다릅니다. 개나리는 4장, 영춘화는 6장이지요. 어쩌면 제가 본 것들이 개나리 일수도 영춘화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헷갈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며 보아왔다면 이제는 이꽃이 개나리인지 영춘화인지 꽃잎 숫자를 세보면서 관찰을 해야하니까요.
무언가를 알면 무심코 지나치지 않고 더욱 관찰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알면 아이들을 관찰하게 되지요. 모르면 그들의 감정을 그낭 스쳐 지나칠 뿐입니다.
저는 이 영춘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의 전령사가 되고 싶다고! 독서의 전령사가 되고 싶다고!
어떻게 교육을 해야할지 난감할 때 제가 먼저 교육의 다리가 되어 그 고민을 함께 해결하고 "교사로 하여금 이제 교육을 해도 괜찮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와 동시에 "인생으로 하여금 이제 진짜 독서를 해도 괜찮다"는 느낌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영춘화 덕분에 저의 비전을 더욱 확고하게 다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많은 에피소드 들이 저를 더욱 사색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더욱 세상과 손을 잡아갑니다. 그것이 결국 김종원 작가님께서 말씀하고 계시는 가장 적극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일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더욱 세상에 손을 내미는 하루를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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