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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ju Mar 05. 2020

대만에서 가장 비싼 호텔, 장개석의 시크릿 귀빈접대소

해와 달의 호수(日月潭)를 품은 호텔  "The Lalu"

대만 남자와 연애를 하고, 대만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특별한 호텔이 있었다. 방값으로 치면 대만 최고급 호텔인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Mandarin Oriental Taipei)의 1.5배를 훌쩍 넘어서는 데다가 거의 일 년 내내 만실일 정도로 예약이 어려운 곳, ’The Lalu’는 타이페이에서 두 시간 떨어진 중부 도시 타이중(台中), 거기에서도 남쪽으로 한 시간 가량 더 내려간 호수 일월담(日月潭)을 내려다보며 위치한다.

 


아름다운 'The Lalu'



'일월담(日月潭)'... '해와 달의 호수'라는 시적인 이름, 그 이름과 어쩜 꼭 어울리는 낭만적인 호텔의 전경, 그리고 남편에게 전해 들은 건물에 숨겨진 역사적 스토리까지. 대만 휴일인 청명제(清明節)를 맞아 운 좋게 예약에 성공하고 드디어 오랫동안 나의 위시리스트에 있었던 이 미스테리한 호텔을 경험할 기회가 왔다. 덕분에 어지간해선 타이페이 시내를 떠나지 않는 우리 부부가 바리바리 (차에서 까먹을) 주전부리를 챙겨 설레는 마음으로 장장 세 시간의 여정에 올랐다!


 



백여 년 전 아주 오래전부터 The Lalu는 대만의 고위 정부 관료들만 출입이 가능한 비밀스러운 곳이었다고 한다. 일본이 대만을 지배할 당시에는 천황이 관저로, 그 후엔 장개석이 본인의 별장으로 지정하여 해외 국빈들을 대접할 때 특별히 사용되었다. (사실 The Lalu 말고도 대만 전역에 “여기 좀 괜찮은데?" 하면 이전에 장개석이 별장으로 썼다는 곳들이 꽤나 있어요. 대만 최남단 컨딩의 아름다운 Gloria Manor 호텔도 그의 옛 별장이었다지요!) 이렇게 꽁꽁 싸매고 선택받은 사람들을 위해서만 프라이빗하게 운영되던 곳이 대만의 한 사업가에게 팔리면서 몇 년간의 대대적인 공사가 이루어졌고, 2002년 마침내 대중 앞에 ‘호텔로’ 속살을 드러내게 되었다. 이처럼 역사의 흐름과 운명을 함께 한 곳에서 하룻밤이라니, 괜스레 The Lalu에 지불한 돈이 아까워지지 않는 순간이다.





안개가 낀 일월담의 모습은 가히 절경. 호수 한가운데의 그물 친 고깃배는 호텔에서 의도적으로 띄운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배경과 완벽하게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아침 7시, 어슴푸레한 The Lalu의 인피니티풀
아침 8시, 서서히 밝아져 가는 전경



The Lalu에서 즐길 수 있는 최대의 사치는 '객실 안에서 편하게' 시시각각 변하는 일월담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는 점. 전 객실이 Lake View로 지어졌고 발코니가 무려 10평에 달해 여느 도심의 호텔방 사이즈와 비슷할 정도다.



여행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The Lalu의 발코니



방 또한 마음에 쏙! 워낙이 호텔 구경을 좋아해 대만 내에 좋다 하는 5성급 호텔은 다 묵어봤지만 The Lalu는 좀 특별하다. 요즘 럭셔리 호텔에 필수로 들어가는 맨질맨질한 대리석 없이도 기품 있는 고급스러움이 뚝뚝 흐른다. 프라이빗한 별장에 초대받아 쉬러 온 그런 느낌이랄까. 오픈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호텔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벽난로로 더해진 호숫가의 운치
저녁시간 후 다과와 함께 준비된 '턴다운 서비스'



일월담을 품고 있는 The Lalu의 인피니티풀에는 이렇게 예쁘게 하늘이 비친다. 안개가 자욱한 호숫가와 대비되어 비현실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라 일찍이 눈에 띄어 예전 한국 드라마 '온에어'의 해외 촬영지로 선택되기도 했다.



수영장 입구
대만 맞나요?
감탄이 나오는 수영장 조경



이제는 너무 흔한 게 되어버린 ‘인피니티풀’이지만, 도심 스카이라인 대신 생김새 제각각의 나무들로 둘러싸인 이곳 인피니티풀은 꽤나 특별하다. 아침 산책 중 포착한 물에 비치는 나무 그림자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들 만큼 그림 같았다.



시원한 생맥주와 흥미진진한 매거진B



이렇게나 동양미 넘치는 젠 스타일의 The Lalu를 디자인한 건축가는 놀랍게도 호주 사람. 우리가 익히 아는 ‘아만 도쿄(Aman Tokyo)’, ‘아만누사 발리(Amanusa Bali)’ 등 최고급 호텔/리조트를 다수 건축한  'Kerry Hill'이다. 비하인드 스토리로는, 원래 오너 사업가가 구상한 그림은 기본 300-400개의 객실을 보유한 큰 호텔이었는데, Kerry Hill이 딱 잘라 말하길, 객실 수를 100개 이하로 낮추지 않는다면 본인 디자인은 없던 일로 하겠다 했단다. 이렇게 해서 The Lalu는 원래 Kerry Hill의 구상처럼 총 96개의 객실만을 보유한 채 한가로이 자리하고 있다.





The Lalu의 낮과 밤



밤이 되면 새는 퇴근하고 등불이 대신



로비/라이브러리





투숙객을 위한 프라이빗 산책로





일월담 먹거리 구경



(맨오른쪽) 일월담의 마동석씨?



조식





사우나





The Lalu의 고품격 우롱차










'The Lalu'는 오리지널 대만표 호텔이다. 일월담의 지형과 아름답게 어우러져 20년이 다 되어가도 변함없이 클래식한 디자인, 대만 특유의 따뜻한 서비스, 그리고 세심한 유지관리 능력까지. 너도나도 세계의 빅브랜드들과 손잡아 살아남는 어쩔 수 없는(?) 호텔의 現생태계 속에서 더욱 빛나는 멋진 브랜드임에 틀림없다. 현재 중국 칭다오(靑島)와 난징(南京)에 같은 이름으로 호텔을 오픈했고 앞으로는 더 확장할 계획이라니 추후의 행보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그럼 이 귀한 '대만 태생' 호텔이 야심 차게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응원하면서, ‘로컬이 말하는 세련된 타이페이’ The Lalu편을 마친다.





번외



타이페이로 돌아가는 길에는 ‘타이중(台中)’에 꼭 들려보자! 대만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보바밀크티의 원조로도 잘 알려진 타이중은 ‘훠궈의 도시’라고 할 만큼 대만의 굵직한 훠궈 브랜드들은 거의 다 타이중에서 탄생했다. 일제시대 안과로 사용되던 건물을 멋지게 탈바꿈시킨 ‘궁원안과’의 온갖 디저트들도 특색 있는 패키징에 눈이 즐겁고 맛도 일품이라 선물용으로 딱이다.



타이중에서 탄생한 유명 훠궈 브랜드, '우라궈(無老鍋)'



빈티지 대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궁원안과(宮原眼科)'



# 더 많은 타이페이 이야기는 인스타에서 만나요 >> https://www.instagram.com/dreamju/

인스타그램 @dream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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