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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Labs Nov 30. 2023

얼마가 있어야 행복한 걸까?

부와 행복의 상관관계


행복이란 무엇일까?


빈국의 행복지수가 높을까? 아니면 부유한 국가의 국민들이 더 행복할까?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Easterlin) 교수는 1974년에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 사회주의 국가와 자본주의 국가 등 세계 30개 국가의 행복도 연구를 통해 빈국의 행복지수가 부국보다 높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와튼스쿨의 연구에서는 부유한 국가일수록 국민들이 더 행복을 느낀다는 반대의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과연 누구 주장이 맞을까!



참된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만큼 개인에게 주관적이고 다양한 해석이 있는 가치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에 대한 혜안을 통해 행복에 좀 더 다가설 수 있을 것 같다.


행복은 마음의 평온(tranquility)과 향유(enjoyment) 가운데 있다. 평온함 없이는 향유할 수 없고, 완전한 평온이 있는 곳에 향유할 수 없는 것이란 있을 수 없다.

 <도덕감정론: 아담 스미스>


마음의 평온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아담스미스는 "건강하고" "빚이 없으며" "양심에 거리낌이 없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 말은 건강을 유지하고 빚을 질 필요가 없으며 양심의 가책을 느낄 만한 행위(e.g.,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될 만큼의 수입이 필요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사회에서 최소한 필요할 것으로 여겨지는 수입... "최저 수준의 수입"이 있어야 하고, 반대로 최저 수준의 부를 얻을 수 없을 때 사람은 비참한 상황에 빠진다고 말한다.


반면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건강을 잃으면 불행하듯이, 아무리 건강해도 하루 생계가 해결 안 되면 불행하게 된다. 당장 끼니 걱정을 하는 사람이 행복을 느낄 수는 없는 이치와 같다.


부와 행복의 관계 : 도덕감정론(Adam Smith)


하지만 부와 행복의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유심히 살펴보자. 부가 C수준을 넘어서면, 행복은 부의 많고 적음에 별로 상관이 없어진다. 오늘날 주변을 둘러봐도 부자라고 해서 중산층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부유층에서 가족, 형제간에 재산 분쟁이 더 많고, 사업 문제로 일상이 골칫거리 투성이인 사람들도 대개 돈이 많은 사람들이지 않은가!



부와 행복의 상관관계



그럼 행복은 어디에서 기인할까? 행복은 인간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더 구체적으로 여기에는 나를 관찰하는 세상의 시선(제1심판)과 나 자신을 스스로 관찰하는 공평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 즉 제2심판이 관여한다.


실제 우리가 어떤 행위를 하면 제1심판은 세상으로부터 칭찬과 비난을 우리에게 준다. 이때 제2심판은 이것이 진짜 칭찬이나 비난을 받을 만한 것인지 그 가치를 우리 마음속에 알린다. 당신이라면 제1심판의 판결을 우선시할 것인가? 아니면 제2심판의 판결을 우선시 여기겠는가? 아담스미스는 전자를 "나약한 사람", 후자를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위의 그래프를 세심히 살펴보자.


"나약한 사람(weak man)" = A-B-C-W의 곡선


나약한 사람의 행복곡선은 ABCW선으로 간주한다. 즉, 최소한의 부를 쌓고도 계속해서 더 큰 부가 있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이다. 자신이 큰 부를 쌓아도, 세상으로부터 칭찬과 찬사가 없다면 불만족스럽고 유감스럽게 여긴다. 제2심판의 판결보다 제1심판의 판결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악행을 저지르더라도 자신의 악행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것을 기뻐하고 또 앞으로 알려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한다.



"지혜로운 사람(wise man)" = A-B-C-D의 곡선


반면, 지혜로운 사람의 행복곡선은 ABCD선을 따른다. 최저 수준을 넘는 부의 증가는 행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이때 C의 수준이 바로  "건강하고" "빚이 없으며"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 상태이다. 다시 말해, 건강을 유지하고 빚을 질 필요가 없으며 양심의 가책을 느낄 만한 행위(e.g.,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래서 C-D선은 상승하지 않는 수평선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아무리 지혜로운 사람도 최저 수준을 밑도는 부밖에 얻을 수 없다면 빈곤상태에 처해 행복의 수준은 지극히 낮아져 비참한 상태에 빠질 것이다. 나약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빈곤을 이유로 세상으로부터의 경멸과 무시를 받는 일은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C-D선과 C-W선의 차이는 결국
나약한 자의 환상에 불과하다


호화로운 팬트하우스나 저택, 호사스러운 식사, 럭셔리한 귀금속, 사치품.. 이것들의 이면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가졌던 것들을 다시 가질 수 없게 되거나 또는 더 큰 것을 가질 수 없다는 상대적 상실감이 불행감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또한 배신이나 사기를 당하거나, 관리상의 번거로움이 늘거나.. 허영심으로 큰 실패를 겪거나.. 실망감을 줄 요소들이 넘치고도 남는다. C수준 이상의 부를 지속적으로 갈구하는 것이 행복을 더 높이지는 못함을 시사한다.




누군가 가장 창의적인 것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라 했다. 만약, 예술가가 나약한 사람이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혼신을 다할 것이다. 제1심판의 판결(세상의 시선)을 우선시 여기게 되면서 예술작품의 독창성도 예술가의 행복감도 점점 멀어지게 되지 않을까!


직장인의 연봉은 어떨까? 물론 연봉이 직장인의 행복에 상관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의 부가 행복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더 높은 연봉이 더 큰 행복을 줄 것이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주위를 살펴봐도 그렇다. 심지어 **회사 임원은 샤워할 때에도 휴대폰을 옆에 둔다. 이것이 평안과 향유의 모습은 아니지 않은가!


연소득이 75,000달러가 넘어서면서 긍정정서가 둔화되는 결과가 나타난다

내게 필요한 만큼의 부! 연봉도 그에 맞는 가치를 자신이 느낀다면 문제가 크게 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일이라는 것을 자아실현의 기회로 느낀다면 무엇이든 의미 있게 느껴질 것이다. 실제로 연소득 7만 5,000달러(약 1억)를 넘어서면 돈은 행복과 연관성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디턴 & 카너먼, 2010). 돈은 더 많다고 해서 반드시 더 많은 행복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돈으로 고통을 줄일 수는 있다.



우리는 점점 타인의 시선을 더 많이.. 더 깊이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SNS활동을 통해 원하지 않아도 타인의 삶을 자연스럽게 엿봐야 하는 사회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부나 행복에 대한 자기 기준이 모호하다면, 지속적인 행복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도덕감정론은 마음의 평온과 향유가 어떻게 우리에게 행복감으로 찾아오는지 그 근원적인 이해를 넓히는데 혜안을 제공한다.


Lake Louis, Canada (Perfect reflection)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행복은 마치 변화가 심한 날씨와 같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행복에 이르는 근원적 방법을 이해하고 내면 속 관찰자의 양심에 귀 기울여 성찰을 거듭할 때.. 비로소 평안과 향유가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가 있어야 나는 행복할까!”





Reference


Theory of Moral Sentiments / Adam Smith


Easterlin, R. A. (1974). Does economic growth improve the human lot? some empirical evidence. Nations and households in economic growth (pp. 89-125) Elsevier.


Deaton & Kahneman (2010). High income improves evaluation of life but not emotional well-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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