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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Labs Jan 05. 2024

고래의 꿈 "브리칭"

더 높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는 고래를 참 좋아한다. 고래 중에서도 유독 혹등고래(humpback whale)를 좋아한다. 혹등고래의 큰 지느러미에는 손가락뼈가 5개인데 사람과도 비슷하다.  또 폐호흡을 하기 때문에 수면으로 올라왔을 때 "푸~~" 하고 긴 호흡을 깊게 내쉬며, 60분을 기준으로 수면에서 약 10분, 수중에서 약 50분가량 머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았던 숨을 몰아 쉬는 모습이 사람과도 흡사하다.


몸무게 40톤 혹등고래의 브리칭(breaching)


혹등고래의 [브리칭]


다 자란 성체는 몸길이가 19m, 지느러미는 6m에 이르고 몸무게는 40톤(44톤)에 육박한다. 이 육중한 몸으로 수면에서 보이는 활동이 참으로 장관이다. 특히, 수면으로 점프하며 꼬리(lobtailing)와 지느러미발로 수면을 때리는 브리칭(breaching) 동작을 보고 있자면 신비롭기 그지없다. 브리칭 동작은 고래가 놀거나 다른 고래와 의사소통을 하려는 목적과 때로는 몸을 청소(해충제거)하려는 목적으로 알려져 있으나,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이다.


하지만 난 고래의 브리칭 행동에 대해 생각이 좀 다르다. 육상경기의 높이뛰기 경기를 보면 가장 높은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 허리를 최대한 뒤로 젖혀야 가능하다. 혹등고래의 브리칭 행동도 같은 이치로써 고래가 점프하면서 등을 뒤로 젖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위치가 된다. 나는 이 장면이 마치 최대한 높이 솟아올라... 바다보다 넓은 하늘을 바라보며... 더 큰 꿈을 꾸려는 것 같다. 점프 후 정점으로부터 육중한 등짝이 수면에 닿는 순간 통쾌한 파도와 물보라를 일으키며 그 속으로 고래는 사라진다. 내가 만약 고래라면.. 짜릿하다. 재밌다. 시원하다. 해냈다. 다음엔 더 높이 솟아올라야지. 또 하고 싶다.. 뭐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한다.


밤이 되면 별과 은하수는 고래의 친구가 된다

칠흑 같은 밤이 찾아오면 망망대해에서 빛나는 별을 따라 앞으로.. 앞으로.. 헤엄쳐 유영한다. 유독 밝게 빛나는 북극성은 언제나 길잡이가 되어주는 친구일 수 있다. 머리 위에 찬란하게 펼쳐진 은하수와 별들은 그들의 또 다른 친구들이다. 저 너머의 세상엔 과연 무엇이 있을까?


그렇게 혹등고래는 하늘로 솟고, 밤하늘을 보며 매년 16,000km를 이동한다. 하루 중 자는 시간 2시간을 빼고 꼬박 2년 반 동안 눈을 뜨고 헤엄쳐 지구 한 바퀴를 이동한다(지구의 둘레 약 40,000km). 평균 수명이 50년 임을 감안하면 죽기 전까지 지구를 20바퀴쯤 돌게 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하늘과 별들을 바라보며 꿈을 꿨을까? 그래서 난 혹등고래의 눈을 보면 하엽시 경이롭고 존경스럽다. 그 선한 눈매는 마치 세상의 모든 이치를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

혹등고래의 눈


혹등고래의 서식지 [통가]


이런 혹등고래가 번식을 위해 찾는 곳이 "통가"다. 통가의 온화한 기후와 포식자들이 적은 환경이 새끼 혹동고래를 키우기 적합하다. 범고래와 타이거상어는 새끼 혹등고래의 포식자로 알려져 있다. 이후 새끼가 어느 정도 크면 북쪽으로 다시 이동하고 젖을 먹이느라 수척해진 어미 고래도 이때 먹이활동을 활발히 해 살을 찌운다.


낯선 왕국 통가! 올림픽 선수단이 입장할 때  근육질의 전통족장을 한 기수가 낯익은 통가! 그곳은 마치 아바타 [물의 길]에서 바다마을(멧케이나족) 부족과 투루쿤(고래처럼 생명체)의 깊은 유대가 만들어진 장소를 연상시킨다.

통가는 혹동고래의 최대 번식지이다


통가는 혹등고래의 포식자( 범고래와 타이거 상어)로부터 안전한 서식지다


혹등고래와 갓 태어난 새끼 혹등고래





요약


나는 고래를 좋아한다. 특히 혹등고래의 브리칭 행동은 나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 "더 높이, 너 넓은 세상을 보며 꿈꾸는 고래"처럼... 밤이 되면 북극성과 수많은 별들을 올려다보며 저 넘어 미지의 세상을 상상할 것만 같다. 그렇게 유유히 한평생 지구 20바퀴를 헤엄친 후.. 또 하나의 별로 새롭게 태어날 것 만 같다.


사람은 각자 꿈이 있다. 고래가 브리칭을 하는 것처럼 사람 또한 더 높은 이상으로 너 넓은 세상에 나가기 위해 꿈꾸며 한 발작씩 앞으로 나간다면 언젠가 한 분야에서 "북극성"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다섯 손가락의 지느러미로 지구 20바퀴를 이뤄낸 고래처럼 말이다.


2024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나에게도 꿈이 있다.

그 꿈을 꼭 이뤄내 언젠가는 통가에서 혹등고래와 자유롭게 헤엄치며 교감할 날을 생생하게 떠올려 본다.

혹등고래의 브리칭은 그런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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