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과 손실회피 심리
사람은 각자 이익을 추구하게 마련이다. 일찌감치 아담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사람의 양심이 작동하는 원리를 세상에 제시했다. 250년쯤 전이지만 지금에서도 경제현상의 근본 원리를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의 고전으로서 높이 평가받는 이유이다. 국부론으로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이란 결국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이 모여 자연적으로 시장이 생겨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 각자가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 그게 보편적인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
만약, 청소년 아들에게 "집안일을 도와주면 용돈을 올려주겠어" 또는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으면 용돈에서 얼마를 깎겠어"라고 한다면 아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도 자신의 이익을 얻고자 집안일을 도우려 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 행동에 더 큰 동기로 작용할까? 한쪽은 이익을 더 볼 수 있는 선택이고,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금연 실험
“내 돈 150달러가 더 소중해”
금연 의지가 있는 2538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세 집단으로 나누고 '통제 집단'에는 금연에 유익한 정보와 함께 무료 니코틴 패치처럼 금연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제공했다. 연구의 1차 목표는 6개월 시점에서 금연율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6개월 후 통제 집단은 6%만이 담배를 끊었다. 한편, 첫 번째 실험집단에는 6개월 내 금연에 성공하면 8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보상(reward)을 걸었다. 그 결과 금연율이 17%로 더 높게 나타났다. 여기까지는 예상과 다르지 않은 결과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번째 실험집단이다. 이 집단에는 보증금(deposit)을 내게 했다. 즉 6개월 내에 담배를 끊겠다고 서약하고 동시에 본인 돈 150달러를 보증금으로 맡겨야 했다. 이 150달러는 목표를 달성한 경우에만 돌려받을 수 있는데, 금연 성공 시에는 추가로 650달러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첫 번째 실험집단보다 오히려 총 보상금이 적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보증금을 내고 도전을 받아들인 사람 중 무려 52%가 목표를 달성했다. 언뜻 생각하기엔 보상이 클수록 성공을 위한 동기도 커질 것 같은데 예상외 결과다. 어째서 150달러에 추가로 650달러를 보상으로 받는 것이 800달러를 보상으로 받는 것보다 효과가 더 좋았을까?
연구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이익을 얻는 것보다 손실을 회피하려는 동기가 더 강하다고 강조한다. 즉, 150달러를 잃지 않기 위한 동기가 단순히 800달러를 얻는 동기보다 강하게 작용한 결과다. 다시 말해 손해를 볼 때 느끼는 고통이 이익에서 오는 기쁨보다 더 크다는 말이 된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손실회피'라고 한다.
이 환자는 수술해야 합니다
다른 예도 살펴보자. 일반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한 후 어떤 선택을 하는지 알아봤다.
당신이 의사 결정권자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중국에서 발병한 질병이 급속히 퍼지면서 자국민 600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다음의 2가지 대응방안이 제안되었다. 첫 번째 대응방안의 결과로써 600명 중 200명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두 번째 대응방안에 의하면 1/3의 확률로 600명을 구하고, 2/3의 확률로 아무도 살릴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람들은 첫 번째 대응방법을 더 많이 선택했다.
이번엔 의사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한 후 선택을 하게 했다.
폐질환 환자에 대해서 의사들에게 같은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설명해 주었다.
먼저 A의사집단에는 “이 환자가 생존할 확률은 68%입니다”라고 설명했고,
반면 B의사집단에는 “이 환자가 사망할 확률이 32%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A의사집단은 75%가 “방사선 치료”를 선택하였고,
B의사집단에서는 58%가 “수술치료”를 선택했다.
두 사례를 통해 사람들이 얻는 것과 잃는 것 중에서 무엇을 우선시하는지,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종합해 보면..
첫째, 사람들은 손실(첫째 사례에서 사망할 확률)을 두려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금연 실험처럼 150달러를 잃지 않기 위해.. 다시 말해 손해를 보지 않는 쪽으로 더 강하게 동기부여된다.
둘째, 만약 손실관점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면 B의사집단처럼 더 급진적이고 도전적인 방법을 선택하려 한다.
이처럼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의 특징을 금연정책이나 세일즈, 협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금연의지가 있으나 더 강력한 동기를 유발시켜야 할 대상자에게 예치금을 받아 적립시키고 6개월 동안 금연에 성공하면 예치금에 더해 인센티브를 추가로 부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금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강상의 이점보다는 흡연으로 잃게 되는 건강(뇌졸중, 폐암, 후두암 등)이 금연에 대한 동기를 더 강화시킬 수 있게 된다.
세일즈도 마찬가지다. 상품의 판매자라면 마땅히 팔고자 하는 상품이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이점을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연구결과를 통해서 해당 상품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얻게 되는 불편함이나 발생할 수 있는 직, 간접적인 손실(기회)을 강조할 때 상품 구매에 대한 동기가 강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reference
Halpern, S. D., French, B., Small, D. S., Saulsgiver, K., Harhay, M. O., Audrain-McGovern, J.,... Volpp, K. G. (2015). Randomized trial of four financial-incentive programs for smoking cessation.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72(22), 2108-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