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성을 인정하는 리더(Vulnerable leader)
동물의 왕 사자는 유독 "모기"를 무서워한다.
덩치가 가장 큰 코끼리는 "거머리"를 무서워한다.
맹독성의 전갈은 "파리"를 무서워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아무리 강한 존재라도 특정 대상에 게는 약한 취약성을 지니게 마련이다. 소위 천적관계처럼 말이다. 인간 세계는 어떨까? 취약성은 상대에게 포착되면 약점이지만 스스로 드러낼 수 있을 땐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어 흥미롭다. 특히 리더십은 강해야 좋은 것이라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막상 주변의 인정하고 싶은 리더들을 떠올려 보면 리더가 오히려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할 때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지고 직원들 간 신뢰감을 더 깊게 형성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취약성은 일반적으로 무방비나 약함을 의미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완벽이라는 것이 물리적 개념으로 설명해야 하는데, 인간의 모습이 너무나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존재라서 누가 어떤 모습을 보고 평가하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의 해석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완벽하려 하기보다 겸허히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는 모습에서 우린 인간미를 느끼고 더 신뢰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완벽함을 추구함으로써 자신을 개선시키고 개발해 간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완벽하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그렇지 못한 나 자신을 발견하고 행동을 감추고 속이려는 자기기만이 생겨난다. 이 과정이 반복되어 축적되면 심리적으로 자신을 옥죄고 힘들게 하는 부정적 트리거(trigger)로 작용한다.
만약, 리더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을 가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아마도 구성원들 앞에서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의사소통을 꺼리거나 오히려 지시적이고 강압적 언어를 사용하여 관계를 해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니개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자신이 어떤 사고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현상유지 심리모델은 자신이 타인보다 우월하고 합리적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은 상대보다 열등하고 경쟁에서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상호학습 심리모델에 근거하면 상대에게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은 새롭게 학습해야 할 것을 깨달았다는 신호이고 타인의 장점에 대한 인정의 표현이다. 또한 상호학습에 대한 의지를 가진 솔직하고 개방적인 의도를 가졌음을 나타낸다.
헐렁한 줌바댄스를 추던 리더
내가 사회 초년생일 때의 일이다. 회사에 외국인 부사장이 있었다(외국계 회사라서). 그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세계 최고 대학을 나왔고 회사에서 차기 CEO 인재풀에 있던 사람이었다. 인지적으로 뛰어난 역량 외에도 인간적인 매력이 넘쳤는데, 개인의 사사로운 얘기들을 들려주기를 좋아했고.. 그 안에는 자신의 힘들었던 속마음도 진솔하게 표현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뭐 저런 약점까지 다 얘기할까" 싶을 정도의 얘기들도 많았다.
그는 취미로 줌바댄스를 즐겼다. 줌바라는 것이 댄스동작이 편안하고 보기에 따라서는 다소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개최한 연말 송년 행사 때였는데, 그는 우스꽝스러운 가발을 쓰고 펑퍼짐하게 쇠골을 다 드러낸 헐렁한 옷을 걸치고 나와 땀이 날 정도로 열정을 다해 직원들에게 줌바댄스를 선 보였다. 잘해서.. 숙련도가 높아서..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란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엉성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난 그 상황이 그냥 신기했다. 저 위치에서 저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그 순간이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한국사회에서 어느 임원이 그런 모습을 부하 직원들에게 보여주려 할까..
그 이후로 그는 자연스럽게 직원들과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리더가 되었다.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그와 얘기 나누는 것을 편하게 여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기도 많았다. 당시에는 미처 몰랐으나 이젠 알 것 같다. 리더가 그러한 취약성을 보일 수 있는 모습은 약함이 아닌 내면의 강인함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 강점화 시킨 리더였다.
업무적으로도 리더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함으로써 문제상황에서도 자신이 모든 답을 가지고 있다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어지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불필요한 에너지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웬만해서는 일도 더 잘 풀릴 것 같다.
취약성을 인정하면서 생기는 유익
첫째, 취약성은 더 큰 유대감을 형성하고 정서적 연결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더가 취약성을 인정할 때, 리더 자신은 더 개방적이고 정서적으로 더 많은 유대감을 형성하여 팀 성과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둘째, 진성 리더십(austhentic leadership) 관점에서도 취약성은 리더의 진정성을 드러내는 방법 중 하나다. 또 진정성이 부하, 동료 간 신뢰를 쌓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진정성 있는 행동은 실수를 인정하고, 상대에게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며 감추기 위해 숨기려 하지 않는 것을 포함한다. 내가 기꺼이 취약성을 보이려는 의지 없이 진정성을 갖기란 어려운 이유이다.
취약성은 팀원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한다. 2011년 호주 맥쿼리 경영대학원의 피터 푸다(Peter Fuda) 교수와 리처드 바드먼(Richard Bahdman) 교수는 사업에서 놀라운 개인적 성장과 전문적인 성공을 경험한 7명의 CEO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취약성은 그들의 인터뷰에서 사용한 언어를 분석한 결과 핵심주제라는 것을 발견했다(Fuda & Badham, 2011).
실수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는 리더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만, 변명하기 위해 자신을 합리화시킬 이유가 없다. 책임지고 사과하고 실수에 대해 인정하는 것.. 리더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구성원은 리더의 그런 솔직한 모습을 기대하고 그런 리더를 신뢰하게 된다.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 내면의 강인함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타인의 취약성을 파고드는 것은 리더가 할 일이 아니다.
Reference
Emma (2014). What Bosses Gain by Being Vulnerable, Havard Business Review
Fuda, P., & Badham, R. (2011). Fire, snowball, mask, movie: How leaders spark and sustain change. Harvard Business Review, 89(11), 145-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