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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Labs Mar 18. 2024

변명이 낳은 초라한 성적표

변화를 갉아먹는 그릇된 자기신념


20회 운동목표가 현재 6회라니..


해가 바뀐 지 두 달 반이 지난다. 3월의 중반 시점에서 올해 마련한 계획들을 생각해 보니 반성을 안 할 수가 없다. 그중 하나 운동계획이다. 1주일에 두 번은 단지 내 커뮤니티 센터에서 운동을 하기로 했고 10주가 지난 지금 총 20번은 갔어야 했다. 하지만 메모장을 열어보니 6회로 기록되어 있다. 계획대비 30%가 좀 넘는 수치다. 구체적인 날짜와 운동내역을 기록해 놓은 것은 참 다행이다. 다른 변명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오들만 해도 어제 과음을 했다는 이유로 체력적으로 쉼이 필요하다고.. 몸에 무리가 될 수 있겠다고.. 적당한 핑계를 찾다가 내일은 꼭 가야지 하며 오늘 계획에서 뻔뻔하게 지웠다. 모두 내가 내린 결정이다. 긍정적인 변화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면서 좋은 습관을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다시금 느끼고 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실행은 전혀 다른 차원이구나..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스스로를 약속을 어겨 자신에게 실망했을 때 숨고 싶은 마음에서 자기 합리화를 하고 싶어 진다. 변명도 그중 하나겠으나 마음속엔 변화를 가로막는 그릇된 내적 신념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심지어 그 신념은 실패하기도 전에 실패를 재촉해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갉아먹기도 했었다. 과연 그동안 내 안에서 어떤 그릇된 신념들이 있었던 것일까?


첫째, 머리로 이해했으니,
현실에 반영되겠지... 하는 만연한 생각


계획은 참 합리적이었다. 주 2회 운동은 평일 1회, 주말 1회를 고려한 것이었고 일을 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나에게 무리될 것이 없는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을 감안해 세운 합리적인 계획이었지만, 그 현실은 너무 달랐다. "주 2회 운동"이란 계획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결과는 한참 미달이었다.


"알고 있다"와 "실행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과거에 나는 자기 계발서를 참 좋아했다. 하지만 이제는 잘 찾아보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영감을 받기도 하고, 몰랐던 지식을 습득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나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로 연결하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이해한다는 것과 현실에서 적용하고 실행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내 의지를 너무 믿을 수 없기에 주변의 도움도 분명 필요한 것 같다. "목표를 잘 이해하고 있으니 잘 될 거야"...라는 생각은 계획을 세울 당시 내가 믿고 싶어 했던 내적 신념에 불과한 것이란 것을 이제야 알았다.


둘째, 난 의지력이 강하니
유혹 따위에 굴복하지 않을 거야.. 하는 자기 과신


돌이켜 보니 그동안 스스로에 대한 과신이 컸던 것 같다. "평소 계획을 세우면 실행력이 비교적 강했기 때문에 그래도 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거야"라고 나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다. 의지력에 대한 지나친 믿음은 결국 자신에 대한 과한 확신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듯하다.


고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를 보면 영웅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 후 귀향하는 길에서 수많은 난관에 직면한다. 그중 하나는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해 바다의 암초에 충돌하게 만드는 세이렌들이 사는 지역을 안전하게 통과하는 것이었다.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자 했던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의 귀는 밀랍으로 막고 자신의 몸을 배의 돛대에 붙들어 매어 세이렌의 노래를 들어도 무사하게끔 만들었다.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는 것이 자신의 의지력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 역시 연초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난 의지력이 충분히 강해"하고 내가 믿고 싶어 했던 내적 신념이 컸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난 유혹에 굴복했고, 자기 과신에 불과했다.


셋째,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이니깐 괜찮아..


오늘은 "어제 과음으로 힘들기 때문에"... "국가대표 A매치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라서"... "크리스마스이브니까".. "생일날이기 때문에"..."컨디션이 별로라서"..."결혼기념일이니깐.." "내일부터 제대로 하지 뭐"... 이런저런 변명을 찾아 둘러댔다. 생각해 보니 "~때문에", "~니깐" 이런 표현을 스스로에게 늘 남발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진짜로 내가 변하길 원한다면.. 좋은 습관을 갖길 희망한다면 주 2회라는 계획을 더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할 것 같다.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은 예외 없이 반드시 운동하러 가는 날이다"처럼 말이다. "특별한 날이니깐 예외해도 괜찮아"라는 내적 신념이 컸다. 자기 합리화에 불과한 특별한 날에 대한 의미를 다시 정립해야겠다.


넷째, "나는 그래도 이 정도라도 하니..
누구보단 낫지"...라는 타인비교


나의 지인, 친구들 중에는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분들이 많다. 심지어 매주 주말마다 등산을 다니고 연말에 총 52회(52주) 목표를 달성한 지인도 있다. 정말 대단한 결단이 아니고서는 결코 이뤄낼 수 없는 계획이다. 반면에 운동은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등한시하고 심지어 전혀 운동을 하지 않는 지인도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운동을 하고 있을 때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타인을 떠올리며 자극을 받아 긍정적인 동기가 생겼지만, 핑계모드로 돌아서고 싶을 때는 운동을 하지 않는 주변의 지인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그래도 나는 규칙적으로 운동이라도 하잖아", "내 나이에 이 정도(?) 면 양호한 거지 뭐.."라며 타인과 비교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핑계를 합리화시킬 수 있는 타인을 정해서 비교를 한다. 결국 나에 대한 평가의 잣대를 낮추기 위한 변명, 나 스스로의 약속 불이행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고 있는 내적 신념을 발견하였다.


다섯째, 이번주는
계획을 달성했으니 충분해
…라는 자기만족

간혹 1주일에 두 번 운동을 한 경우는, "이번주는 주간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스러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하지만 매월 계획대로라면 8회를 채워야 했음에도 합계로 달성하지 못했으므로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야 마땅하나, 그런 생각을 외면했다. 계속 관리하지 않으면 그동안 나에게 일어난 좋은 변화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만약, 현시점을 기준으로 4주 전부터 누계로 계획해서 체크해 나간다면 어땠을까? 좀 더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을 것 같다.


주변 지인의 경우에도 바디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 몇 달 동안 운동을 열심히 했다. 당시에는 목표가 뚜렷하게 있었기 때문에 운동루틴이나 식단까지 관리하면서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목표한 바디프로필 사진을 찍은 후 계획을 좀 수정하는 것 같았다. "계획을 달성했으니 이젠 됐어"라는 생각으로 예전의 운동량과 식단 모두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당초 목표한 바를 이뤘으니 이젠 좀 쉬자, 며칠 만.."처럼 그릇된 내적 신념이 작동했던 것 같다. 이 역시 자신에게 면죄부를 부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며칠이라는 것은 관성의 법칙대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핑계를 마련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연초에 세운 다른 계획들도 다시 들여다보았다. 벌써 많은 계획들에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이유는 애당초 계획을 잘 못 세웠거나 계획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실행의지가 약해졌거나 또는 그릇된 내적 신념들이 뿌리깊이 박혀 있는 것 같다. 나에 대한 과신, 핑계, 자기 합리, 그릇된 방식의 타인비교 등의 그릇된 내적 신념이 변화를 가로막고 있었다.


과한 자기개념은 부작용을 만든다. 그래프는 자기확신이  너무 강하면 오히려 성과를 낮추는 역효과를 보여준다.


비슷한 맥락으로서 자기확신(self-conficence)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예상대로 초반에는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점을 넘어선 오히려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inverted U-curve).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의미다. 자아 존중감(self-esteem)도 마찬가지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과한 믿음이나 신념이 오히려 결과를 약화시킨다.


자신의 현재 모습이 어느 상태인지 알아차리기 위해서는(mindfulness) 나와 주변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성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 안의 그릇된 내적 신념의 한계를 인정하고 주변환경의 부정적인 트리거를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월간 8회, 분기에 총 24회의 운동목표는 장기적인 목표 내에서 현재의 상태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관성이 만들어질 것 같다.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초라하지만 이번에 원인을 찾았으니 방법을 수정해 말말엔 꼳 좋은 결과를 성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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