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계의 노벨상
세계적인 리더십 그루! 마셜 골드스미스 박사님의 저택은 내슈빌 시내에서 차로 15분쯤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택시로 이동하던 나는 정문에서 가드의 초대장 확인 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비버리 힐즈처럼 독립된 구역에 넓은 저택들이 높은 담장으로 주변과 구분되어 있었고 주거구역은 매우 잘 정돈된 모습이었다. 놀라운 점은 니콜키드먼, 테일러 스위프트가 이웃집이라는 사실..
마셜 박사님의 집은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총 3층짜리 저택이었다. 지난 세월 약 40여 년 간 1년의 1/3 정도를 전 세계 강연을 다니면서 수집한 진귀한 조각상과 그림들을 포함해 다양한 애장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불교 철학을 깊이 받아들이고 있으셔서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물건들이 즐비했는데, 심지어 600년이나 된 석상도 있었다.
지하 1층에는 화상회의와 영상녹화를 위해 스튜디오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스튜디오로 들어서니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2018년에 피터드러커, 마이클 포터, 프랄라드 등의 경영학계 거장들과 함께 경영학계의 노벨상에 해당하는 “Thinkers 50” 액자를 이곳이 어떤 곳인지 다시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경영학계에서 위대한 사상가(Thinkers) 50인을 선정하는 것이다.
마셜 골드스미스 박사는 피터드러커, 폴 허쉬(상황적 리더십 창시자) 등의 학자를 스승으로 삼았는데 그래서 평상시 참 많이 인용하신다. 모두 세상에 명성과 유산을 남기고 죽었지만 여전히 그들이 남긴 말속에서 답을 구하고 방향을 계시받으신다고 했다. 죽었지만 죽지 않은 레전드! 그루반열의 사람들은 우리 곁에서 그렇게 함께 숨 쉬고 있고 그들을 마음속에 새기며 살아간다.
내가 방문했을 때 응접실에는 방문한 손님들을 위해 간단한 핑거푸드를 준비해 주셨다. 이날 미국과 각 국에서 참석한 분들 20명이 자택에 모였는데, 그룹을 나눠 하우스 투어를 시켜주실 정도로 넓으면서도 우드엔틱이 주는 고풍스럽고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람들 간의 공감, 연민 등 동양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서를 소중하게 여기는 분이라서 처음 만난 사람들 간의 교류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 주셨다. 대화 상대를 찾아 돌아다니며 최대한 많은 분들과 대화를 하라는 미션도 주셨는데 비록 수줍음도 있었지만 교류하면서 좋은 경험이 되었다. 세상엔 대단하고 훌륭한 분들이 정말 많다.
이번 방문목적은 마셜박사님의 교육에 참석하여 공부하고 사업제휴와 한국 트레이너가 되는 것이다. 교육은 크게 2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미국의 젊은 리더들을 초대해 더 큰 성공을 돕기 위한 [Future leader program]이었고, 다은 하나는 마셜 박사님의 콘텐츠를 심도 있게 학습하는 교수자 교육이었다(Train The Trainer; TTT). 첫번째 교육에 초대받은 젊은 리더들은 구글, 아마존 등 굴지의 대기업을 포함해 실리콘 벨리의 신생 기업들까지 정말 다양했다. 인종도 흑인, 러시아인, 아시아인, 유대인 등으로 참 다양했다. 모두들 자신의 의견이 뚜렷하고 발표하는 것에 거침이 없었다. 그들의 가치와 교육배경을 알 수 있었던 모습들이다.
교육이 제공된 장소는 테네시주 네슈빌 시내에 있는 벨몬트 대학교의 피셔센터였다. 워낙 유명한 분이다 보니 대학 총장님의 각별한 배려로 궁전 같이 넓은 곳에서 진행되었는데, 정말이지 규모면에서도 남다른 스케일에 놀랐다. 지역사회와 어우러저 이뤄내는 성장, 상생의 가치들이 참 멋지다는 생각에 부러움이 들었고, 으리으리란 공간 자체에서 느껴지는 압도감이 오래 기억될 것 같았다.
It's show time
교육내용은 [What Ggot You Here,Won't Get You There]이라는 본인 책의 주로 다뤘는데, 정말 다양하고 좋은 사례를 통해 이해를 시켜 주셨다. 이 책은 한국에는 오래전에 모호하게 소개된 내용이라서 아쉬움이 남았다. 리더들이 성공을 한 후, 더 큰 성공을 위해서는 기존의 것들을 버리고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개념인데 쉽게 말해 성공한 리더들이 범하는 실수들에 대한 지침서다. 특히, 마셜 박사님은 피드포워드, 360도 다면 피드백 등의 개념을 창안한 분으로 유명하다. 그의 철학을 곁에서 접할 수 있어서 참 영광스러운 자리였다.
마셜 골드스미스 박사님의 강의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웃음과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그 속에서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엄청나게 중요했고 공감은 원료 같았다. 강의는 무겁지 않았으며 유쾌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진지한 분위기로 빠졌을 때.. 그때가 그루의 시간이었다. 그때 침묵 속에서 혜안을 얻는 시간들이었고 사람들은 탄식했다.
잘 준비된 뮤지컬.. 에 비유해 봐도 이해가 좀 편안할 것 같다. 무대에 불이 켜지면 공연은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관객과 흐름을 타는 "쇼타임"이 이어진다. 배우들은 준비된 모든 것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또는 분위기를 주도한다. 에너지가 엄청나다. 마셜 박사님도 관객들 숲 속을 헤쳐 다니며 5일 동안 진행하실 정도로 에너지가 대단한 분이셨다. 마치 쇼를 보는 듯했다.
교육을 20년 가까이 하고 있지만, 교육장에서 이뤄지는 뮤지컬 공연 같은 상호작용은 본 적도 경험한 적도 없다. 그렇게 할 엄두도 내지 못한 나 자신을 반성했다. 여기서 발견한 중요한 것 중에 하나! 좋은 공연을 만드는 것은 좋은 환경과 참석한 청중의 긍정적인 의도라는 것! 여기 모인 청중들은 모두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이었다. 이게 또 다른 차이를 만들고 있었다. 신이 아닌 이상 의지가 없는 사람들에게 백날 얘기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에너지가 유한한 이상 많은 교육 보다는 정성과 에너지를 많이 담아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하루 종일 교육을 받은 이후 저녁에는 음악 공연 이벤트가 있었다. 아무리 이곳이 컨추리 음악의 고장이라 하더라도 100명 남짓의 참석자를 대상으로 공연을 준비해 주시다니.. 믿기지 않았다. 공연장은 피셔센터 내에 있었는데 규모가 1000명은 수용할 정도로 시설이 대단했다. 국내 여러 대학교의 심포지엄, 공연장을 가봤지만 이 정도의 무대와 객석을 보유한 대학교는 없었다. 또 한 번 부러움이 밀려들었다.
공연은 첫째 날에 이어 둘째 날에도 있었는데, 첫째 날은 컨추리 음악으로 3명의 가수가 출현했고, 둘째 날은 뮤지컬 가수 2명과 연주가 1명이 출현해 음악을 통한 공감과 연결의 중요성을 리더들에게 느끼게 해 주었다.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이런것이 가능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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