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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120이 모였는데, 팀 IQ는 60?

팀학습과 시스템적 사고

by 윤덕수


개인의 지능이 뛰어난 사람들끼리 모이면 당연히 더 높은 성과를 낼 것이라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 조직 현장에서는 이와 반대의 결과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핵심인재들로 구성된 어벤저스 팀이 의외의 실수를 반복하거나, 각자의 능력은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팀 전체가 비효율적이고 다소 무기력하게 작동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와 같은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역량 문제라기보다는 팀 전체가 사고하고 학습하는 방식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피터 센게(Peter Senge)는 '학습하는 조직(The Fifth Discipline)'에서 중요한 통찰을 제시한다. 그는 '팀 학습(team learning)'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개인의 학습이 곧 조직의 학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즉, 개별 구성원이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팀이 집단으로서 함께 학습하지 않으면 집단의 지적 역량은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것이 '집단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이 낮아지는 과정이다.


센게는 이러한 집단지능 저하 현상을 '시스템 사고(system thinking)'의 부재로 설명한다. 시스템 사고란 문제를 단순히 구성요소의 집합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 사이의 인과관계와 상호작용, 피드백 구조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예컨대, 팀 내의 한 구성원의 태도 변화가 어떻게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팀 분위기가 다시 개인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식하는 것이 시스템 사고라 할 수 있다.

정어리떼는 상호작용을 통해 집단의 고차원적인 행동으로 포식자를 방어한다

자연계에서의 사례를 살펴보면, 개미 집단은 대표적인 예다. 개별 개미의 IQ를 알 순 없지만, 매우 단순한 행동을 반복한다. 하지만 수천 마리의 개미가 모이면 먹이를 수송하고 장애물을 함께 극복하며,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집단이 해결한다. 이는 '페로몬(pheromone)'이라는 화학 신호를 통한 소통과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의 원리에 기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예로 정어리 떼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어리 한 마리는 단순하고 즉각적인 반응만을 보이지만, 집단으로 움직일 때에는 포식자의 움직임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고 일체 되게끔 방향을 조절하여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처럼 행동한다. 이들 사례는 복잡한 지능이 아니라 단순한 규칙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집단의 고차원적인 행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람들도 개별 능력에만 의존하기보다, 시스템 차원에서의 학습이 구조화될 때 집단 지능이 극대화된다. 센게는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세 가지 조건을 제안한다. 첫째, 팀 전체가 공유하는 비전(shared vision)을 형성해야 한다. 공통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각자의 이해에 따라 움직이게 되며, 이는 팀의 분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진정성 있는 대화(dialogue)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서 서로의 가정과 관점을 탐색하고, 자신의 사고 틀을 유연하게 확장하는 과정이다. 셋째, 팀은 반성적 성찰(reflection)을 통해 자신의 행동과 결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실수를 감추기보다는 원인을 공유하고 시스템 구조를 개선해 나가는 문화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팀 학습 문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첫째, 팀 내에서 시스템 사고를 키우기 위한 교육이나 워크숍은 '시스템 사고 시뮬레이션', '루프 다이어그램(loop diagram) 작성 훈련', '인과관계 맵핑' 등이 있다. 예를 들어,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활용해 의사결정이 전체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체감하게 하고, 팀원들과 함께 하나의 조직 문제를 중심으로 루프 다이어그램을 구성해 보는 과정을 통해 시스템적 사고를 훈련시킬 수 있다.


둘째, 팀 학습의 성숙도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안전감, 팀 성찰, 집단지성 등의 개념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심리적 안전감은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측정하는 데 효과적이며, 이는 팀의 학습능력과 직결된다. 팀 리더는 정기적으로 이와 같은 진단도구를 통해 팀의 학습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개입을 설계할 수 있다.


셋째, 집단 IQ가 급격히 낮아지는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소수의 목소리만 반복적으로 들리고 다수는 침묵하거나 무관심할 때, 과거의 성공 방식을 맹목적으로 답습하고 질문이 사라질 때, 팀 내 실수나 문제 상황을 특정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강해질 때가 있다. 이와 같은 신호는 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올바른 진단결과를 통해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실제로 MIT와 카네기멜론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팀의 성과는 개인 IQ의 평균보다 구성원 간의 사회적 감수성(social sensitivity), 발언 기회의 균등성, 경청 태도와 같은 상호작용 양식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Woolley et al., 2010). 이는 팀이 집단 지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어떻게 함께 사고하고 상호작용하는가'가 핵심임을 보여준다.




팀의 성과는 개인의 뛰어난 역량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함께 작동하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스템을 보고, 함께 배우며, 구조적으로 사고하는 팀만이 복잡한 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학습과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그것이 집단 IQ를 높이는 길이다. IQ 120 이상의 팀원들로 팀을 만들어도 시스템적이지 않다면 팀 IQ는 60이 될 수 있다.





Reference


Senge, P. M. (1990). The fifth discipline: The art and practice of the learning organization. New York: Doubleday/Currency.


Woolley, A. W., Chabris, C. F., Pentland, A., Hashmi, N., & Malone, T. W. (2010). Evidence for a collective intelligence factor in the performance of human groups. Science, 330(6004), 686–688.


Couzin, I. D., Krause, J., Franks, N. R., & Levin, S. A. (2005). Effective leadership and decision-making in animal groups on the move. Nature, 433(7025), 51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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