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일을 맡기고 싶은데, 믿음이..
신뢰(trust)는 중요하지만 그것을 정의하고 평가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금전거래를 하는 은행이야 담보가치나 대출 상환능력을 보고 돈을 빌려주면 그만이니 신용도(credit)를 평가하기가 수월하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신뢰란 복잡다단 하다.
사람은 매일매일 관계를 형성하면서 살아가고 관계를 통해 성장한다. 가족 간의 관계, 비즈니스 관계, 교우관계, 사제관계.. 관계라는 것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고 유익한 점이 많다는 뜻이다. 좋은 인간관계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관계의 씨앗이 무엇 일지를 생각해 보면 상대에 대한 깊은 신뢰감은 씨앗이 뿌리내리는 토양쯤이 될 것 같다.
신박한 신뢰방정식
Maister는 "Trusted Advisor(2001)"에서 제시한 신뢰방정식 개념이 참 신박하다. 필자는 이 공식이 쉽고 간결해서 자주 활용하고 있는데, 효용성이 높아 소개한다.
신뢰방정식을 구성하는 개념은 크게 4가지가 있다.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Reliability"는 믿음에 대한 개념이다. 즉, 내가 얼마나 예측가능한 사람인지를 의미하다. 예를 들어, 출근이나 보고서 제출 등에서 시간약속을 잘 지켜 일관된 태도나 성실함을 보였다면 이 영역이 높은 사람이다. 둘째, "Intimacy"는 친밀도이다. 회사나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특히 사교성이 좋아 타인과 인간관계가 원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 있다. "성격이 참 좋아" "둥글둥글하니 적이 없는 사람이야" "우리 팀의 분위기 메이커야" 등.. 친밀도가 높은 사람이 듣는 수식어다.
여기부터가 특히 유용하다. 이 부분을 자주 간과하기 때문이다.
셋째, "Credibility"… 즉 신용이다. 여기서 신용이란 "전문성“을 의미한다. 가끔 성실하고 성격 좋지만, 중요한 일을 맡기고 싶어도 어떠한 이유에서든 미덥지 못한 경우가 있지 않은가? 특히 관리자는 성실함과 친밀도만으로 중책을 맡길 순 없지 않은가. 얼마 전에 신임팀장을 채용할 때의 일이었다. 모두 K차장이 팀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면접을 진행해 보니 팀장으로서 팀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성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불합격..
넷째,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Self-orientation".. 자기 지향성이다. 쉽게 말해 자기만 알고 타인은 안중에 없다는 뜻이다. 앞에서는 그럴듯하게 얘기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의가 모두 드러나기 마련이다. 당시 의도가 긍정적(타인, 팀을 고려)이었는지, 부정적(자신만을 고려)이었는지에 따라 신뢰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리더십도 약화된다. 상위 리더십 위치로 갈수록 이 공식은 더욱 잘 통하게 마련이다.
고객과의 비즈니스 관계도 마찬가지다. 유원지에서 바가지요금이 성행하던 시기! 다시 오지 않을 손님이라는 전제로 온갖 덤터기를 씌운다. 그 상점을 다시 찾고 싶지 않은 이유? 오로지 주인의 이기심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물론 SNS가 없던 시기이다.
신뢰! 상호 의존성을 키우는 씨앗
관계의 본질은 상호의존성에 있다. 어느 한쪽에서 상대에 대한 의존성이 낮아지면 좋은 관계에 금이 가기 마련이다. 비즈니스 관계든 가족관계든, 이성관계든 치환하여 생각해 보면 납득이 된다. 특히, 전문성에 입각한 신용(credibility)은 상호의존성을 높이지만, 자기만 위하는 이기심(self-orientation)은 불신을 키우는 불씨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신뢰는 상호의존성을 키우는 씨앗과 같은 존재이다.
Reference
Maister, D. H., Galford, R., & Green, C. (2001). The trusted advisor. Free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