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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Labs Sep 27. 2023

밥그릇 싸움 없이 이익을 얻는 지혜

리더 게임이론(the Game of Leader)

승진에 관한 불편한 진실


오래전 팀원으로 일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부서 내 팀장자리에 공석이 생겼다. 부서장은 내부 채용으로 자리를 급히 충원하기를 원했다. 팀 내에는 나를 포함해 동년배 L차장이 있었는데, 둘 다 지원하라고 부추긴다. 채용 절차는 인터뷰를 2차까지 진행한 후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우린 동료로서 좀 난감한 입장이었다. 팀장으로서 준비가 부족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한 사람은 팀장이 되고 나머지 한 사람은 팀원이 돼야 할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팀장자리에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의지가 없다는 식의 구설에 오를 수도 있었다. 회사입장에서는 다양한 후보자를 경쟁시켜 임명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팀장이 되면 책임을 요구할 것이고 급여나 기타 혜택이 주어진다. 반면, 팀원으로 남으면 책임감과 스트레스가 덜한 반면 더 높은 혜택 역시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고, 또 그 결정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까?


진화론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동물이든 사람이든 무리생활을 하는 종족은 살아남기 위해 구성원들 간의 조율(coordination)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에도 조율이 좋은 해법이었지만 이때는 미처 몰랐다. 결과적으로 내가 이때 내린 결정(둘 다 지원해서 경쟁하기)이 최선의 결과가 아니란 것을 리더십 이론을 공부하며 깨달았다. 당시 나는 경쟁에서 졌고, 나의 동료는 내 팀장이 되었다. 나로서 마음잡기가 참 어려웠다. 나의 동료 또한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쩔쩔매며 어려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감정이 가시질 않으니 분명 후회도 깊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그래서.. 나의 동료는 최대의 이익을 얻은 것인가?



나와 L은 초반에 지원할까 말까 많이 망설였다. 그러나 경쟁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지원여부를 숨기고 마음을 진심되게 표현할 수 없었다. 민감한 문제라서 먼저 묻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모른다는 가정을 하면.. 우리 둘은 각각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득을 +200까지, 손실을 -100으로 임의 설정했다(Van Vugt, 2006).


첫째, 두 사람 모두 팀장에 지원하는 경우이다. 이 전략을 사용하게 되면 각각 (-100)의 손해를 보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회사가 아닌 개인들의 관점에서다. 둘 중에 경쟁상황에서 생긴 심리적 갈등이 누적되어 둘 사이에는 부정적 역학관계가 형성된다. 팀장이 된 사람은 리더로서, 팀원은 팔로워대로 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 이러한 경우 충돌이 자주 발생하고, 결국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팀장도 이 과정에서 평판이나 다른 팀원들과 새로운 갈등이 조장되기 십상이다. 리더십을 얻는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둘 다 팀장에 지원하면 -100씩의 손실이 발생한다

둘째, 한 사람이 지원하고, 다른 한 사람은 지원하지 않는 경우이다. 이 경우 팀장이 된 사람은 200의 혜택을 얻게 되고 팀원으로 남은 사람도 100의 혜택이 돌아간다. 팀장이 팀원보다 높은 책임의 대가로 더 큰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경쟁과정이 없었으므로 불필요한 감정 갈등이 생기지 않았을뿐더러, 팀장은 지원하지 않은 팀원이 고맙게 느껴진다. 팀원은 팀장으로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손해 본 것이 없음에도 팀장은 빚진 마음이 들어 더 높은 호혜를 베풀게 된다. 양자 간 합의로 만들어진 결과이고, 실제 필자의 주변에 이 전략을 사용한 사례가 있어 놀랐던 경험이 있다.



셋째, 둘 다 팀원으로 남는 경우이다. 위에서 한 사람이 팀장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이 팀원을 하겠다고 조율을 하는 경우 모두에게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살펴봤다. 하지만, 둘 다 팀원으로 남게 된다면 각각 얻는 것도 없고 잃는 것도 없는 (0)의 상태가 된다. 만약, 한 사람이 팀장을 하겠다고 나설 때 상대방이 지원을 할지 팀원으로 남을지 모르기 때문에 팀장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 100)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둘 다 팀원으로 남겠다고 하는 경우, 조직의 조율 문제는 풀리지 않게 됨으로써 생산역량이 낮아진다. 진화론적으로는 집단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회사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상황을 결코 원하지 않기 때문에 당시 부서장이 최대한 둘 다 지원하도록 경쟁구도를 만들려 노력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시사점! 만약 내가 이 이론을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삶의 지혜는 어디서 오는가?

리더 게임이론은 이해당사자들 간의 교류와 소통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을 의미하기도 한다. 각자의 선호를 알게 되면 조율이 보다 쉬워지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민감한 문제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지에 달려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그때 만약.. 내가 이 이론을 알고 있었더라면... 난 분명 다른 결정을 했을 것이라는... 하지만, 한 가지 역할(팀장)만을 계속 고집하게 되면, 조율이 힘들어져 각각 (-100)의 손해를 입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는 것이 힘이 되는 상황이었다.



조직에서 평가 시스템에 의해 일방적으로 팀장을 정하는 방식의 회사가 많다. 하지만, 중견기업, 외국계 기업의 경우 이 이론을 적용해 볼 수가 있어 불필요한 낭비나 불신에 대처할 수 있다는 시사점이 있다. 회사에서 제시하는 경쟁구도를 개인 차원에서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제시해 보았다.



Reference


Van Vugt, M. (2006). Evolutionary origins of leadership and followership.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10(4), 35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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