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세계

첫 만남

by 별하늘


[첫 만남]





그 해 겨울이었다. 희진이 원하던 산기슭의 아궁이가 있는 집에서 나는 글을 쓰고 있다. 희진을 처음 본 날은 한 여름을 지나서 2학기 수강신청을 하는 시기였다. 나는 복학 준비를 하고 있었고, 희진은 신입생 시절이었다. 스키니진에 곰돌이가 그려진 오버핏의 흰 티를 입은 그녀의 첫인상은 긴 머리가 찰랑찰랑 거릴 때마다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나는 2학기에 복학을 하기 위해 석진이를 만나러 학교에 왔다. 군대에 있는 동안 학교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나는 두고 온 것이 하나도 없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수강신청도 속도전이라며 인기 과목은 조기 마감이 된다고 하는 석진이의 너스레를 듣고 있던 순간이었다. 전산실로 희진이 들어오면서 석진이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그래, 희진아, 수강 신청하러 왔니?"


"네"


"아 참, 여기는 내 동기 상철이야. 이번에 복학해"


석진이 녀석이 나를 희진이에게 소개한다.


"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희진이라고 합니다."


"네~에, 안녕하세요."


상철이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희진아, 도시행정론 수업 신청해라. 조교형이 그러는데 교수님이 이번에 독일에서 들어오셨고, 우리 선배님이래."


나는 석진이의 투 머치 토커가 오늘따라 부럽다.


"아, 그래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석진이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수강 신청을 마치고 나는 아지트로 간다. '1974'의 간판 조명이 나를 반기는 것 같다. 입대 전의 마지막 '1974'와 조금도 달라진 점이 없다. 구석진 자리에 석진과 앉는데 사장형이 나를 알아본다.


"제대했구나. 축하한다."


"네, 잘 지내셨죠?"


"나야 뭐 늘 그렇지. 그럼 이제 멤버들 다 복학한 건가"


석진이 나를 가리키며


"이 녀석이 마지막 퍼즐이에요."


"신입생 때부터 봐온 친구들이라서 그런지 애정이 간다. 오늘 쏘야 하나 서비스할게."


"역시, 사장형은 멋있어."



석진이는 내 덕에 쏘야 먹게 생겼다며 해맑게 웃는다. 술이 좀 들어가자 석진이가 희진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희진이한테 들이대는 녀석들은 많은데 빈틈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쁘지 않냐고, 희진이가 너무 이쁘다고 석진이는 술기운에 속마음을 말한다. 조교형도 희진이를 짝사랑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며, 희진이가 1학기 때 과탑까지 했다고 한다. 나는 석진이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희진이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그녀의 정보가 이렇게 쉽게 돌아다니고 있다니. 과 사무실에 있는 조교형이 알아본 것이겠지만, 희진이의 가정환경까지도 석진이는 알고 있다. 아버지가 공무원이시고, 남동생이 있고 어디에 살고 있는지까지. 석진이는 희진이의 동네로 이사라도 가고 싶다며 그녀를 매일 보고 싶다고 한다.




-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