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빛과 실』
한강 작가의 신간 에세이는, 그녀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 발표한 책이다. 수상 소감과 수상 강연문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우리를 연결하는 언어를 다루는 문학에는 필연적으로 체온이 깃들어 있습니다.”(34쪽)
이 책은 문학과지성사의 산문 시리즈인 문지 에크리의 아홉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나는『작별하지 않는다』, 『희랍어 시간』, 『한강 디 에센셜』에 이어 읽은 책이기도 하다. 특히 저자가 직접 찍은 표지와 본문에 실린 흑백 사진들이 인상 깊다. 사진 속에 깃든 예스러움과 차분함이 책 전체에 잔잔하게 감돌며, ‘거울 햇빛’이 비치는 작가의 정원을 상상하게 만든다.
작가는 유년 시절의 일기장과 시집을 이 책에 함께 실었다. 여덟 살 한강은 사랑을 ‘금실’이라고 표현했다. 빛을 내는 실, 그 빛과 실에서 작가의 언어가 시작되었다. 시와 단편소설, 장편소설 등 다양한 형식의 글을 써온 저자는『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같은 장편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이 작품들은 고통과 사랑, 그리고 우리를 연결하는 질문들에서 비롯되었다. 아직 읽지 못한 한강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차차 읽어보고 싶다.
“완성까지 아무리 짧아도 1년, 길게는 7년까지 걸리는 장편소설은 내 개인적 삶의 상당한 시간들과 맞바꿈 된다.” (12쪽)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인선의 목공방에서 불빛이 쏟아져 나온다.
“저 너머에 뭔가 있다. 빛을 발하는 무엇인가가.”(『작별하지 않는다』, 문학동네, 141쪽)
눈처럼 차갑고 생생한 죽음의 기억 속에서도, 이 소설은 절반 죽어 있던 사람들이 생명을 얻는 이야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다시 읽고 싶은 작품이 되었다.
작가는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는 단층집을 구입해 약 네 평 정도의 마당을 정원으로 가꿨다. 북향의 정원이라 심을 수 있는 식물이 제한적이었고, 조경사의 조언으로 ‘거울’을 이용해 햇빛을 반사시키는 법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표지 사진 역시, 이 거울이 만들어낸 빛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남쪽으로 비치는 햇빛을 주는 거예요. 거울로 반사시켜서.”(96쪽)
정원을 가꾸면서 작가는 비로소 햇빛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정원에는 여덟 개의 거울이 놓여 있고, 나무들에게 고루 햇빛을 주기 위해 거울의 위치도 자주 바꿔줘야 한다. 저자는 '거울 햇빛'이 있는 정원을 가꾸며 일기를 썼다.
햇빛을 더 받기 위해 자라는 영역을 서로 침투하는 듯한 식물들, 해충도 생기지만 나비와 참새도 날아오는 생명의 공간이 되었다.
“빛이 흐린 날은 거울의 빛도 흐려진다. 벽에서 정확한 사각의 모양을 만들지 못해 마치 후광-나무들의 혼 같다.”(109쪽)
한 줄 평 : 정원과 거울, 한강은 햇빛을 따라 문장을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