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났고, 체코가 소련군에 점령당한 후 시민권을 박탈당해 프랑스로 망명했다. 그의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소련 점령 하의 체코를 배경으로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총 520쪽, 7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짧은 챕터들로 나뉘어 있어 가독성이 좋다.
소련이 점령한 체코를 떠나 어떤 사람은 이민을 가고, 어떤 이는 죽음을 맞았다. 그 와중에 토마시, 테레자, 사비나, 프란츠 네 남녀의 사랑과 선택이 펼쳐진다. 이들의 이야기는 전쟁통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화자의 시선을 통해 전달된다. 화자는 정치적 상황뿐 아니라 철학적 메시지도 함께 전한다. 소설 속에서 ‘키치’는 현실의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태도를 말한다. 이는 첫사랑의 추억처럼 아름답지만, 똥을 인정하지 않는 유한한 삶의 세계관이다. 스탈린의 아들이 똥 때문에 죽었다는 에피소드가 이에 해당되며 네 남녀에게도 키치적 태도가 나타난다.
토마시는 프라하에서 수술 잘하는 유능한 외과의사다. 첫 번째 부인과 이혼했고, 아들은 그녀가 키우고 있다. 토마시는 '한 여자와만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고정 애인을 두고 하루살이 애인들을 만나고 다니는 인물이다.
테레자는 술집에서 일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버지와 자신을 버리고 사기꾼인 남자에게 갔다. 그녀에게 책은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상상의 도피처였는데 토마시의 아파트에 들어가게 되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둘의 만남은 우연과 필연 중 어느 것에 더 가까울까? 토마시에게 테레자는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 같은 존재가 되고, 두 사람은 결혼한다. 토마시는 그녀에게 '카레닌'이라는 개를 선물한다. 오랜 연인이자 화가인 사비나에게 테레자의 일자리도 부탁해 그녀는 사진 찍는 일을 시작한다.
부부는 스위스 취리히로 이주하고, 사비나 역시 망명해 그곳에 머문다. 테레자는 사비나의 인물 사진을 찍기 위해 화실을 방문하고 그녀의 작품을 접한다.
"사비나의 모든 작품이 예나 지금이나 실은 항상 같은 것을 말하며 두 주제, 두 세계의 동시적 만남이자 마치 이중노출로 탄생한 사진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113쪽)
프란츠는 대학 교수로, 마리클로드가 “헤어지면 자살하겠다”라고 말해서 결혼하게 된 인물이다. 그는 열두 살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떠난 상처를 안고 있다. 도서관에서 홀로 연구생활을 하는 것보다 시위 행렬에 참여하는 것을 더욱 즐거워한다. 그는 강의하는 교탁보다 데모 대열을 마음 편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자유로운 예술가 사비나에게 끌리게 된다.
소련 침공 이후 프라하에 남은 친구들은 반은 이민을 갔고, 나머지 반은 목숨을 잃었다. 이것이 복선처럼 네 남녀의 운명도 그러하다. 암수술을 받고 시한부 생명인 카레닌처럼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토마시, 테레자, 사비나, 프란츠의 사랑과 선택은 각각 어떤 결말을 맞았을까?
니체의 ‘영원회귀설’을 떠올려보자. 인생이 단 한 번 뿐이라면, 우리의 선택은 가벼운 것일까, 무거운 것일까? 이 소설의 주제 문장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364쪽)
한 줄 평 :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인생,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