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어머님, 왜 그렇게 많은 일을 하셨나요?

by 별하늘

[나눌 이야기 : 시집살이는 누가 시키는가?]


나의 시어머니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셨다. 어머님 세대에서 그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어머님의 시집살이는 내가 겪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우리 세대부터는 그런 이유로 분가를 기본으로 결혼 생활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모셔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면, 애초에 결혼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나도 부모님을 모시고 살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럴 거면 차라리 친정 부모님과 계속 같이 살지, 무엇하러 결혼을 하겠는가. 나는 이른바 X세대다. 앞선 86세대였던 언니는 결혼 초기에 시부모님을 잠시 모시고 살았는데, 그 경험이 나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결혼 전에 모시고 살지 않는 것에는 명확한 합의가 있었다.



그러나 시부모님이 오라면 즉시 갈 수 있는 거리에 살다 보니, 또 다른 형태의 시집살이가 시작되었다. 그만큼 자주 부르셨고,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종갓집도 아닌데, 일 년에 제사만 다섯 번 있었다. 시부모님은 손주를 봐주실 여건도 아니었고, 오히려 우리 손을 필요로 하셨다. 도와드릴 수 있으면 해 드리는 것이 인간 된 도리라고 여겨서 처음부터 그렇게 했다. 그렇게 시작된 시댁 돕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내가 한 일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고, 돌아오는 말은 "그 정도도 안 할 줄 알았냐"였다. 시댁과의 거리 두기가 절실했는데 갓난아이를 업고도 가야 했고, 가끔 남편 혼자 다녀와도 어두운 표정을 감당해야 했다. 가든 안 가든 마음이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함께 살고 있진 않았지만, 그 그림자는 늘 우리 곁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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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재테크를 좋아합니다.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인생은 완성형이 아니기에 상황과 생각이 변하지만, 단단해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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