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 이야기 : 공부 못하고 싶어 하는 아이는 없다]
9월 3일은 수능 71일 전이다. 평가원 모의고사가 있는 날이다. 매월 보는 학원 모의고사와는 다른 실전 수능에 가까운 모의고사다. 일단 지난 6평은 잘 봤다. 서울 최상위권 대학이 안정으로 나왔다. 7월 모의고사는 두 단계 하락했고, 8월 모의고사에는 다시 두 단계 상승해서 원위치가 되었다. 그래서 이번 9평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검증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여전히 주말 이틀 동안은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 우리를 닮아서 집돌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주중에 받은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서 간다.
시간 여행을 해보자면, 아이는 중2병이 심하게 와서 그때부터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대신 미술을 잠시 배웠다. 학원 라이딩은 해주지 않았고, 결국 빠지는 날이 많아지면서 그만두게 되었다. 그 후 학교와 집만 오가는 집돌이 생활이 시작되었다. 입학선물로 마련한 PC는 고성능이라서 게임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게임에 빠졌다기보다는 게임으로 버텨내는 것 같았다. 엄마를 위해 학급 반장이 되고,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하던 아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서운하지 않았고, 내가 자초한 결과였다. 시댁 갈등 등으로 힘들었던 나는 더 이상 아이의 버팀목이 되어 줄 자신이 없었다. 아빠와 더 잘 지냈으면 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엄마가 다 옳은 게 아니니까 보다 넓게 세상을 바라봤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아이의 고등학생 시절에는 떨어져 지냈다. 고2 때 자퇴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분명한 목표가 있다면 자퇴를 말릴 이유는 없지만, 자퇴해서 검정고시를 준비한다는 것이 너무 막연하게 느껴졌다. 고3이 되어서는 줄곧 재수를 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졸업 후에 공부를 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재수비용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아빠와 의논을 하라고 말했다. 지난해 수능 전 날 아이의 수능 도시락을 챙겨주려고 갔을 때도 자신은 재수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재수를 외쳐 되던 아이는 지난해 수능을 대충 봤다. 중2 때부터 놓은 공부를 따라잡으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다른 진로를 찾지 않은 것이 다행일까? 아이는 공부를 안 하면서도 공부에 대한 미련이 조금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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