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늘 점심에 카레를 먹다가 우리 인생은 카레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레에는 강황, 당근, 양파, 감자, 고기, 물, 버터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서 한데 어우러져 든든한 카레가 완성되듯, 우리의 삶도 다양한 사람들과 경험들이 모여 하나의 인생을 완성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는 사회에서 다양하게 도움을 주는 강황 같은 사람, 분석을 잘하는 당근 같은 사람, 비밀이 많은 양파 같은 사람, 적재적소에 쓰임 받는 감자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의 삶에 어우러져 있습니다.
저는 현재 양파 같은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제 비밀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두려워서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제 비밀을 한 꺼풀씩 벗기면 저의 부족한 부분이 드러날까 봐 이야기하지 않는 편입니다. 저를 잘 아는 사람은 제가 겉만 번지르르하고 아는 게 많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고 떠나갈까 봐 나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나의 모습을 그래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벌거벗은 내 모습을 보면 무시하고 떠나갈 수도 있으니까요.
학창시절에 친구 없이 보냈던 저는 저에게 다가온 사람이 떠나가는 걸 제 목에 칼을 들이미는 것 같은 공포를 느꼈습니다. 직업이 상담사인지라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안 막는다고 하더라도 저에게 왔던 사람이 갑자기 떠나간다면 제 심장에 칼을 찌른 것처럼 엄청난 고통을 느낍니다. 그 고통을 느끼기 싫어서 저는 양파껍질부터 벗기기 싫어하는 듯합니다.
심리학적 지식은 많습니다. 지금 내 모습을 인정하면 변화의 시작이 되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인정하는 것이 정말 힘듭니다. 외부에서 설교하고 동기부여해준다 하더라도 현상유지 편향 때문에 내 상황이 이해되고 바뀌어야 하는 것을 알지만 다시 원상복귀되는 게 저랍니다.
양파라고 해서 쓸모없는 존재가 아닙니다. 양파를 요리할 때 불에 굽게 되면 캐러멜라이징 효과로 매운맛은 없어지고 단맛이 효과적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자신의 본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낸 다음에 불이라는 연단과 고난을 통해 변화하게 되니,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엄청난 고난의 과정이 있어야만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
양파와 같은 저는 그래도 카레와 같은 삶에서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물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희망이 있습니다. 희망사항이라 누구에게도 이야기하면 부끄럽고 쑥스럽습니다. 저는 누구에게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많이 부끄럽습니다. 물과 같은 사람은 무난하게 사람들과 잘 지냅니다. 저는 그러한 것을 부러워합니다. 물과 같은 사람은 그 누구와도 잘 어울려 지냅니다.
저는 양파 같은 사람이기에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하려면 한 사람을 두고 2년, 3년 길게는 5년이 걸립니다. 이런 양파 같은 사람이 된 것은 과거에 상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물과 같은 사람을 볼 때마다 사람들 사이에 융화되는 것이 정말 부럽습니다. 누군가 부끄럽지 않고 잘 어울려 지내는 것이 정말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양파의 장점을 언급했지만, 브루스 리가 물과 같은 사람이 되라고 강조했던 것처럼 물은 어디에 들어가도 잘 융화되고 모든 생물에게 필수적인 것입니다. 저 또한 사람들에게 이타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하지만 양파 같은 사람이어서 사람들이 저를 두려워할 때가 있습니다. 솔직한 모습을 보여줘도 잘 통하지 않을 때가 있어 답답합니다. 그래서 솔직한 모습을 하나하나 보여주고자 노력합니다. 그래도 잘 안되는 게 많이 힘들죠.
이렇게 이야기하면 저는 물과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을 원한다고 느낄 겁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양파 같은 저를 사랑하고 좋아합니다. 아직 솔직하지 못한 제 자신. 하지만 언젠간 솔직하게 나의 이야기를 이야기하여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 날을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