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귀찮아…
오늘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움직이기 귀찮다…
생각도 하기 귀찮아…
그런날이 있지…
제 책상 앞에 떡 하니 붙어 있는게 있습니다.
오늘 죽는다면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내일이 되어서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문구를 보고 하루를 시작하곤 합니다. 그리고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머리 속으로 가다듬곤 합니다.
책상 위에 활기찬 하루를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문구를 보더라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날이 있곤 합니다.
'오늘 하루 죽더라도 어떻게 보낼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면 그런 날이 찾아오곤 합니다.
평소에는 책상 위에 적힌 문구를 보게 되면 "오늘 하루를 마치고 죽더라도 평소와 같이 글을 쓰고 죽어야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가곤 합니다.
마음 속에 아무런 감각 없이 살아가는 날이 오늘입니다.
시체처럼 마음 속에 텅빈 감정이 사로잡는 날입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몸만 움직이고 나의 영은 몸 속에 머물지 않는 그러한 느낌을 가지고 생을 살아갑니다.
그러한 날이 오늘입니다.
오늘, 저에게 각 세대(世代)의 위인들이 와서 "오늘 죽는다면 자네는 어떻게 보낼 것인가?"라고 물어보는 상상을 감히 해봅니다.
"여유롭게 쉬고 싶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숲에 누워서 쉬고 싶습니다"라고 답을 하고 싶은 그런 날입니다.
종종 찾아오는 이런 날. 열심히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날.
시간은 가장 훌륭한 재판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재판장이 하루가 지나면 심판을 할 겁니다.
심판대 앞에 저에게 "마지막 날에 시간을 아껴쓰지 않고 게으르게 보냈느냐?"라고 질문을 할겁니다.
"누구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움직이기가 어려운 것은 본인의 마음입니다"라고 답하게 됩니다.
아직 제 마음을 온전히 100% 움직이는 것은 어렵습니다.
쉬고 싶은 날 쉬고, 놀고 싶은 날 노는 것이 어찌보면 가증스럽긴 합니다.
그래도 그 재판장이 앞선 질문을 다시 되물어본다면 저는 이렇게 다시 답하겠습니다.
누군가는 나를 볼 때 게으르게 보낸 것처럼 보일 겁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하루를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