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가면 하천변이 놓여있다. 그 비싼 리버뷰 아파트가 아니라 하천 옆에 있는 조그마한 단독주택에 약 23년 전부터 살고 있다. 하천에 산책하러 나갈 때면 달리는 사람들을 보곤 이런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저런 사람처럼 뛰고 싶다'
멋지게 뛸 수 있는 길 위에서 뛰면서 땀을 흘리는 상상을 하며 달리기를 잘하는 방법에 대한 유튜브 영상,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찾아봤다. 그리고 언제 뛸지 만반의 준비를 다 했다.
대망의 첫 러닝 시간... 딱 30분만 뛰고 집에 들어가자고 마음을 먹었다. 스트레칭을 하라고 했으니 뛰기 전 스트레칭을 하고 러닝에 도전한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페이스대로 뛰라고 하지만 에라이 모르겠다! 옆에 있는 사람이 나를 추월하니 그 사람을 추월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
숨이 가빠온다. 폐에 고구마 100개를 들이킨 것처럼 너무 뻑뻑하다. 추월하기 위해 너무 달린 탓인가 종아리가 아파져 온다. 종아리가 땅긴다. 그래도 30분 채워야 하니 무작정 뛰어본다.
'아... 30분 언제 채우지?'
'달리는 사람 지켜볼 때는 재미있어 보였는데 재미없네'
이 생각이 들 때 즈음 종아리는 터질 것 같고 발바닥은 아려오고 사랑니 때문에 신경이 눌려 어금니가 시리고 지옥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고통을 느끼며 계속 뛸 즈음 30분이 채워졌다는 알람이 울리고 지친 다리를 이끌고 집까지 기어간다.
다음 날과 모레... 글피... 달리기하고 싶어도 못 하는 몸이 되고 나는 달리기를 중도 포기했었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으니, 러닝을 하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났다.
그로부터 약 1년 정도가 지났을까?
유튜브에 보였던 어느 한 섬네일 '1분도 못 달리는 왕초보를 위한 30일 챌린지' 홀린 듯 영상을 클릭했다.
핵심은 1. 인터벌 타이머 어플을 통하여서 걷는 것과 달리는 시간을 나누라 2. 첫날은 달리기 그다음 날은 휴식과 스트레칭을 해주기 3. 서서히 시간을 늘려나가는 것 4.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 쓰지 않는 것
속는 셈 치고 유튜버가 하라고 한 대로 해봤다.
인터벌 타이머 어플을 아무거나 설치하라고 했다. 내가 설치할 때 기준이 1. 갤럭시 워치와 연동되는 것이 최우선 2. 직관적 3. 자유롭게 설정이 가능한 것
이 3가지 기준을 충족한 것이 'Exercise Timer'라는 어플이었다.
걷기 3분을 시작으로 걷기와 같은 속도도 괜찮으니 달리기 1분을 하면 된다고 해서 아래와 같이 설정해 뒀다.
28분으로 되어 있는 것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저렇게 달리기하고서 차피 걸어야 하니 상관없다.
오랜만에 달리기하려고 하니 걱정 반 설렘 반이었다.
'다 채우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이거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으로 설정해 두고 워치에 인터벌 타이머를 시작하고서 3분 걷고, 1분 달린다. 손목에는 3분이 끝나갈 때 진동이 울리고 1분 달린 후 진동이 울린다.
'3분 걸을 때마다 언제 달리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 끝나기 무섭게 시간은 지나가고 달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열심히 뛰는 몇 사람을 봤었다. 그 사람들이 나를 지켜보는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그때는 나에게 모든 관심이 쏟아지는 줄 알았다. 과거를 돌아보고 내가 달리기할 때 돌아보니 순수한 자의식 과잉이었다. 주변에 있는 사람은 나를 하나도 신경 안 쓰고 자기의 운동에 신경 쓰고 있었다.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달리기는 마음이 중요하다. 달리기는 주변 사람의 시선에 휩쓸리는 것이 아닌 달리는 순간은 오롯이 나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시간이다.
이 하나를 깨닫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 돌고 돌아서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고유한 시간을 찾게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