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일어난 일이 머릿속에 자꾸 맴돕니다.
책을 쓰느라 모든 것을 뒤로하고 그것에 몰입하여 집에만 박혀서 살고 있습니다.
친구가 나오라고 하더라도 1월 중순 혹은 2월부터 보자고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분께서 저에게 연락을 하여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상하 씨, 제가 OO 일에 시간이 되는데 그때 뵈려고 하는데 괜찮으세요?"
"저 책 원고 쓰느라 1월 중순까지 만나기 어렵습니다."
이후 자기 마음대로 날짜를 잡길래 너 알아서 하라는 심정으로 한숨 쉬며 "네" 한마디만 하고 끊었습니다.
그 사람은 만남이 성사되었으니 속으로는 기분이 좋아서 캘린더에 기록을 해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날짜가 다가와서 나에게 다시 연락을 취했을 때 만남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전화받을 당시 깨림찍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느낌이 과거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나를 지배하려는 듯한 느낌을 말입니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옛 속담이 있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상담을 하다 보면 말 한마디가 중요하고 성경을 보다 보면 다른 경서와 다르게 말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언급을 합니다.
잠언에서도 말로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라고 나오니까요.
내가 왜 깨림찍한 느낌을 받았을까 돌아봤습니다.
약속은 내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닌 상호 합의하에 정하게 됩니다.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은 주종 관계에서만 이루어집니다.
갑과 을의 관계. 회사에서의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과의 관계에서만 이루어집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에서는 약속을 잡을 때 서로 원하는 시간대에 잡습니다.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원하는 관계는 갑과 을의 관계. 주종 관계라고 보며 건강하지 않은 관계라고 봐도 무관하다고 보여집니다.
지배하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1월 이후에 시간 된다고 하는 데 자기 마음대로 시간을 정한다는 것에 깨림찍한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이런 느낌을 받을 때 저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곤 합니다.
이 사람이 얼마나 바뀌려고 노력을 할까?
몇 번의 기회를 줍니다.
그래도 안 바뀌면 서서히 멀어집니다.
인간관계가 서로 오고 가고 하는 것도 있지만 갑과 을의 관계는 건강하지 않은 관계라고 심리학에서는 이야기합니다.
혹자는 저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사회에 나가면 다 갑과 을로 나눠져 있다. 친구도 그렇고 말이다."
그렇게 세상이 이루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세상에서는 누가 갑의 위치에 있고 을의 위치에 있는 것을 경험하진 못했습니다.
서로 협력하고 도우려는 것을 많이 경험했었지요.
친구 관계, 인간관계가 갑과 을로만 나누어져 있으면 연애와 결혼은 더 힘들 것으로 예상되어집니다.
누군가 지배하려는 사회.
지배하면 올라가는 사회 정말 무섭긴 합니다.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알파메일"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하고자 합니다.
알파메일은 수컷 무리 중 우두머리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것에 대해 와전되어서 힘 있는 자만이 모든 것을 손에 넣는다고 합니다.
동물의 세계도 그렇고 사람의 세계도 그렇고 제가 직, 간접적으로 경험하기로는 힘만 있다고 우두머리가 되지 않습니다.
힘만 있는 우두머리는 나중에 늙으면 뒷방 늙은이가 됩니다.
두 종류의 우두머리가 있다고 합니다. 힘만 쌔서 권력을 차지하는 우두머리. 또 하나는 일 처리를 잘하면서 무리가 잘 융화 되도록 화합을 이끌어가는 우두머리.
여러분이 팀원이라면 일만 자라는 쓰레기 직장 상사 밑에서 일하고 싶으신가요? 일도 잘하는데 인성이 좋은 직장 상사 밑에서 일하고 싶으신가요? 후자일겁니다.
심리학에서도 IQ 높은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을 잘 돕고 분위기 살펴서 잘 이끌어가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은 맞냐, 틀리냐를 말하고 정보만 제공하지 한 사람씩 살펴보며 케어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이 듭니다. 기업에서 사용하면 24시간 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AI라도 팀 단위로 운영할 때는 한 사람 한 사람 케어하는 리더 역할은 아직은 어렵다고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하기 위해 상황 파악과 분석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그 상황을 모색하고 타개할 수 있는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도 있어야 하거든요.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길어졌습니다.
글을 쓰다가 제가 쓴 책의 원고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제 원고를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사람이면 서로 존중하며 지켜야 할 기준이나 규칙이 있다. 이 기준과 규칙은 무의식적으로 적용된다. 이를 바로 심리적 경계라고 한다. 심리적 경계가 흐릿한 사람은 타인을 대하는 규칙과 기준이 확실하지 않다. 반면 경계가 확고한 사람은 타인을 대하는 자신만의 규칙을 잘 정해 두고 있다.
꿈마루 황상하 〈혼자인 게 뭐 어때〉. 2024.3(예정). 이야기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