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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맹샘 Jan 30. 2022

코로나 키즈의 슬픔_자로 시작하는 말? 자가격리!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사고방식

"자로 시작하는 말, 자. 자. 자가격리!"


올해 7세가 된 아이와 요즘 가장 열을 올리는 놀이는 끝말잇기다. 끝말잇기를 하다가 '사자'를 외친 나의 끝말을 잇기 위해 '자'로 시작하는 낱말을 찾는 아들. 당연히 '자동차'나 '자전거'를 외칠 줄 알았다. 그런데 나온 말은 "자가격리"


자가격리라는 말이 아이의 입에서 나오니 참 생경하고 당황스러워 멈칫했다. 그리고 이내 웃음이 터졌다. 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이 틀렸다고 묻는다. 아니라고 어떻게 그런 말을 생각했냐고, 재미있어서 웃는 거라고 했더니 함께 깔깔거린다. 한참 웃고 나니 참 많이 씁쓸했다. 자가격리라는 말이 자로 시작하는 말 중에 가장 먼저 떠올리는 말이 되었다니.


요즘 아이와 가장 즐거운 놀이 중 하나는 끝말잇기다. 이제야 겨우 받침 없는 단어를 더듬더듬 읽는 아들을 위한 놀이. 어휘력 향상과 더불어 쓰기와 읽기의 차이를 알려줄 수 있는 놀이. 나도 아이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놀이. 시끄럽게 떠들지 않아도 기다림을 재미로 바꾸어줄 놀이. 코로나 시대 야외활동이 적은 대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놀이. 그래서 끝말잇기는 요즘 우리의 가장 즐거운 놀이 중 하나다. 그런데 끝말잇기에서 자가격리라는 단어가 나올 줄이야.


지난해 11월, 유치원 같은 반에서 확진자가 나와 아들이 자가격리되었다. PCR 검사를 하고, 자가격리를 하고, 다시 PCR 검사를 한 후 자가격리 해지 판정이 되는 긴 과정이었다. 자가격리를 하며 매일 오는 담당 공무원의 전화를 받고, 하루 3번 건강상태를 체크하여 보고했다. 외부와 단절이 된 채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다. 벌써 3달 지난 일이라 아이가 잊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가 보다. 


처음 코로나가 시작할 때만 해도 메르스나 사스 같이 1-2달만 참으면 곧 해결되겠지 했었다. 아이들이 4월까지 등교를 못 할 때에도 5월부터는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오만하게 생각했다. 그랬던 코로나가 어느새 3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7세인 아들이 5세부터였으니, 인생의 1/3을 코로나와 함께 살고 있다. 내가 가르친 6학년 아이들은 또 어떤가. 선생님들은 동학년회를 할 때마다 2020년은 '아이들의 잃어버린 1년'이라고 이야기했다. 5학년에서 배운 내용은 아이들 머릿속에 지우개로도 있는 것처럼 몽땅 사라졌다.


선생님들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매일 바뀌는 정책에 피가 말랐다. 아이들도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컴퓨터를 보고 스스로 공부를 챙겨야 하는 상황에 마음이 말랐다. 부모님들도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선생님과 아이들의 학습을 보며 한숨을 쉬워야만 했다.


코로나는 정말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코로나와 함께 2년을 지낸 아이들은 모든 면에서 달라졌다. 코로나 이전에 컸던 아이들과는 다른 특징을 갖게 되었다. 그 특징들과 앞으로의 우리 교육의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보려고 한다.


-(신체) 코로나 키즈, 집 밖에 나가기가 싫어요.

-(신체) 코로나 키즈, 선생님, 글씨가 잘 안 보여요.

-(신체) 코로나 키즈, 운동장 2바퀴 돌기도 힘들어요.

-(학습) 코로나 키즈, 작년에 그런 거 안 배웠는데요.

-(학습) 코로나 키즈, 친구랑 같이 말고, 혼자 하는 게 편해요.

-(학습) 코로나 키즈, 실제로 가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정서) 코로나 키즈, 친구랑 말하기가 어색해요.

-(정서) 코로나 키즈, 엄마랑 아빠가 우울해서 저도 힘들어요.

-(정서) 코로나 키즈, 그러다 코로나 걸리면 안 돼요. 안 할래요.


어른들이 방역에 힘쓰고, 선생님들이 수업 준비로 고민할 동안 아이들도 참 많은 고통을 겪었다. 아이들은 그 이전의 사회를 겪을 때 어렸기 때문에 그 이전을 기억하기도 어려워한다. 그런 아이들의 고통을 코로나 3년 차에나 세상에 풀어놓는다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지금에라도 기록해 두지 않으면 앞으로 만날 수많은 코로나 키즈들을 이해하지 못할까 봐 기록해 보려고 한다. 


앞으로 이 아이들과 함께 교육하는 현장에서 교사들은 코로나 이전과도 다르게, 코로나 시대와도 다르게, 새로운 방식으로 수업을 풀어내야 할 것이다. 온라인 수업이 끝난다고 해서, 코로나가 끝난다고 해서, 이 아이들이 코로나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아이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기에 코로나로 인해 신체적, 학습적, 정서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 아이들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가르치게 된다면 많은 문제들이 생겨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일어난 아이들의 변화를 잘 살펴보고, 어떻게 수업을 전개해 나가 아이들의 성장을 도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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