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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맹샘 May 18. 2022

주어진 일을 해낸다는 건

주어진 일과 내가 하고 싶은 일

"선생님, 잘 지내시죠? 팀 좀 꾸려주세요."


오랜만에 연락이 온 장학사님의 부탁이었다. 교육과정 관련 팀을 꾸려달라는 부탁이었다. 사실 전화를 받은 날은 혁신학교 공개수업의 날이라 정신이 없었다. 1교시부터 다른 학급 촬영을 지원했고, 4교시에는 공개수업도 진행했다. 5, 6교시는 장학사님과 다른 학교 교장선생님께 학교 소개를 해야 했다. 아침부터 화장실 한 번 갈 새도 없이 뛰어다녔다. 겨우 한숨 놓은 때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너무 매력적이고 꼭 하고 싶은 욕심이 났다. 덜컥 알아보겠다고 이야기했다.


그 때부터 머리가 무거웠다.


항상 숙제가 있으면 머리가 무겁다. 사실 지금 진행하는 외부 프로젝트만 해도 4개가 넘는다. 평일에 들어오는 각종 강의요청은 학교 일정 때문에 우선 미루고, 퇴근 후 강의나 주말 강의도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하지 않고 있다. 책 2권을 동시 집필하면서 새로운 학생용 교재도 개발 중이라 여력이 없긴 하다. 학교 일도 진행해야 하고 외부일도 계속 쌓여가는 와중이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어 덥석 받았다.


사실 브런치를 시작할 때는 이제 더이상 남이 요청하는 주어진 일을 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시작했다. 그런데 자꾸 일이 주어지고, 그 일들을 해내야 하는 상황이 온다. 그러면서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브런치는 일주일에 한번 찾아오기도 버거워진다.


주어진 일을 해낸다는 건 그런 것이다.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들을 밀치고 해내야 한다는 것. 


그래도 주어진 일을 해내고 싶은 마음에 가득차 하루종일 동동거리며 밤늦게까지 전화를 했다. 드디어 오늘 인맥을 총동원하여 마음에 흡족한 팀을 꾸렸고, 관련하여 전 학교 교장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요즘 어찌 지내냐며 잠을 줄이고 있는 건 아니냐며 하시는데 어찌나 찔렸는지 모른다. 어쩜 저렇게 잘 아시는 지. 어찌 아셨냐고 물으니 본인도 그 나이 때 그러셨다면서 껄껄 웃으신다. 한참을 대화하며 마음의 짐을 많이 내릴 수 있었다. 내가 아니어도 그 일을 할 사람은 분명히 있고, 모든 짐을 짊어질 필요는 없으니 힘을 좀 빼라는 말씀이 어찌나 힘이 되는지 모른다. 


사실 일이 바쁜 것은 순전히 내 욕심이다. 학교에서 주어진 일만 하고, 일을 벌이지 않으면 퇴근 후 맘편히 드라마도 보고, 충전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자꾸 잘해내고 싶은 욕심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그걸 추진하기 위해 또 노력하게 된다. 노력하는 과정은 반드시 힘든 일이 따라오기 때문에 지치기도 한다. 그런데 또 그걸 해냈을 때의 성취감에 취해 다시 또 발을 들여놓는다. 


주어진 일을 한다는 건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밀치고서라도 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그 주어진 일들을 힘들게 해냈을 때 한걸음 더 성장한다는 건 너무도 분명하다. 주어진 일을 해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다가간다는 걸 알기 때문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 조만간 메타버스 관련해서 새로운 매거진을 출간해 보려고 한다. 그동안 벌여놓은 매거진들도 한두편씩 차례대로 써가며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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